"결국 세금 더 내놓으라는 것"…개미들이 뿔난 진짜 이유 [김산하의 불개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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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주식·가상자산 20% 세금 부과
개인투자자들, 정부 "금융 선진화" 해명에 분노
개인투자자들, 정부 "금융 선진화" 해명에 분노
개미들이 뿔이 났습니다. 정부가 지난 22일 주식과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 20%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그동안 쌓인 분노가 터진 겁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낙후된 현행 금융세제를 선진화 하겠다는 것이지 절대 증세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성난 민심'을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결국 증세가 목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정부가 '금융세제 선진화', '5000만원 수익까지 비과세' 등의 혜택을 강조하지만 결국 전보다 세금을 더 많이, 더 자주 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혜택이라고 강조하는 부분들이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앵커링효과는 비즈니스 협상전략의 일종으로, 먼저 제시한 숫자가 기준점이 돼 그 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컨대 A라는 물건을 100만원에 팔고 싶다면 소비자에게 "A는 100만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보다 "A의 원래 가격은 200만원인데, 지금 특별 할인 중이라서 100만원에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는게 판매에 유리한 것과 같습니다. 소비자는 200만원짜리 물건을 100만원에 산 것으로 여겨 이득을 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영업사원의 판매 전략에 걸려 든 겁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정부는 "주식으로 2000만원 이상 수익을 보면 20%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했다가 뒤늦게 "사회 각 분야의 여러 의견을 반영해 과세 기준을 연간 5000만원 소득으로 상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언뜻 보면 2000만원이었던 비과세 혜택을 5000만원으로 늘려줘서 이득을 본 느낌이 듭니다. 비과세 한도를 넘기면 원래는 안 내도 됐던 세금을 내게 됐는데도 말입니다.
예컨대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대신 증권거래세가 없습니다. 양도세율은 미국(1년 미만 보유 10~37%,1년 이상 15~20%), 일본(20%), 독일(25%)등으로 한국(20~25%)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 말이죠.
반대로 홍콩이나 태국,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은 양도소득세가 없는 대신 0.1~0.2% 내외의 증권거래세만 있습니다.
이번 세제개편에서 선진국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하면서 거래세(양도세 적용시 0.15%)까지 물리는 것은 지나친 세금 징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지적에 기재부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양도소득세와 거래세를 같이 낸다"며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지만,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우리보다 높은 유럽의 부국들과 동일 기준을 적용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가 아닐까요.
게다가 미국 같은 국가들도 장기투자자들에게 세율을 낮춰주는 혜택을 주고, 양도소득세를 도입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투자 손실에 대해 무제한 이월 공제를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어보입니다.
특히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주식투자자들보다 못한 취급을 당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분노는 더 큽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연간 비과세 혜택은 250만원에 불과합니다. 주식투자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의 20분의 1입니다.
그마저도 주식은 5년간의 손익통산을 합산시켜주지만 가상자산은 1년 단위입니다. 올해 1억 이익을 봤다가 내년에 2억을 손해보게 되면 양도소득세 1750만원((1억원*0.2)-250만원)를 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는 1억을 손해 본 건데 말이죠.
당초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 등 정부의 부정적 정책 기조로 혼란을 느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시장 육성은 커녕 투자자보호 대책도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정부 입장에선 20% 내외의 세율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세금을 내더라도 수익의 80%는 이익으로 남으니까요.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수익이 난 종목을 매도 할 때 마다 20%의 손해를 안고 다시 시작하는 셈이 됩니다.
손익통산은 5년이지만, 정부가 6개월마다 원천징수로 주식 수익을 가져간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나중에 손해를 보면 환급 절차를 통해 되돌려주긴 하겠지만 6개월 단위로 자본금이 줄어들어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 역시 투자자들에겐 치명적입니다. 개미들이 뿔이 날 수 밖에 없는 ‘진짜’ 이유입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정부 관계자들은 "낙후된 현행 금융세제를 선진화 하겠다는 것이지 절대 증세하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성난 민심'을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세금 더 내라는 것…정부 주장은 '앵커링 효과'에 불과"
정부는 기존 금융세제 개편안이 대폭 수정돼 개인투자자들에게 혜택이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주식차익에 대한 공제액이 연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됐고, 손익통상시 펀드·파생상품 등의 손익도 합산해 주기로 했죠.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해 "결국 증세가 목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정부가 '금융세제 선진화', '5000만원 수익까지 비과세' 등의 혜택을 강조하지만 결국 전보다 세금을 더 많이, 더 자주 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혜택이라고 강조하는 부분들이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앵커링효과는 비즈니스 협상전략의 일종으로, 먼저 제시한 숫자가 기준점이 돼 그 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컨대 A라는 물건을 100만원에 팔고 싶다면 소비자에게 "A는 100만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보다 "A의 원래 가격은 200만원인데, 지금 특별 할인 중이라서 100만원에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는게 판매에 유리한 것과 같습니다. 소비자는 200만원짜리 물건을 100만원에 산 것으로 여겨 이득을 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영업사원의 판매 전략에 걸려 든 겁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정부는 "주식으로 2000만원 이상 수익을 보면 20%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했다가 뒤늦게 "사회 각 분야의 여러 의견을 반영해 과세 기준을 연간 5000만원 소득으로 상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언뜻 보면 2000만원이었던 비과세 혜택을 5000만원으로 늘려줘서 이득을 본 느낌이 듭니다. 비과세 한도를 넘기면 원래는 안 내도 됐던 세금을 내게 됐는데도 말입니다.
'해외사례' 꺼내들었지만…당근 없고 채찍만
정부가 선진국의 양도소득세 제도를 '선진 사례'라고 들고 오면서, 정작 그들 나라가 제공하는 '당근'은 쏙 뺀 채 '채찍'만 가져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예컨대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대신 증권거래세가 없습니다. 양도세율은 미국(1년 미만 보유 10~37%,1년 이상 15~20%), 일본(20%), 독일(25%)등으로 한국(20~25%)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 말이죠.
반대로 홍콩이나 태국,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은 양도소득세가 없는 대신 0.1~0.2% 내외의 증권거래세만 있습니다.
이번 세제개편에서 선진국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하면서 거래세(양도세 적용시 0.15%)까지 물리는 것은 지나친 세금 징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지적에 기재부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양도소득세와 거래세를 같이 낸다"며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지만,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우리보다 높은 유럽의 부국들과 동일 기준을 적용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가 아닐까요.
게다가 미국 같은 국가들도 장기투자자들에게 세율을 낮춰주는 혜택을 주고, 양도소득세를 도입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투자 손실에 대해 무제한 이월 공제를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어보입니다.
"시장 육성은 관심 없고 세금만 걷는다"
현 정부가 지금까지 금융소득을 '불로소득'으로 정하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입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해 준 것도 없으면서 세제개편을 통해 세금만 더 걷어간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특히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주식투자자들보다 못한 취급을 당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분노는 더 큽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연간 비과세 혜택은 250만원에 불과합니다. 주식투자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의 20분의 1입니다.
그마저도 주식은 5년간의 손익통산을 합산시켜주지만 가상자산은 1년 단위입니다. 올해 1억 이익을 봤다가 내년에 2억을 손해보게 되면 양도소득세 1750만원((1억원*0.2)-250만원)를 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는 1억을 손해 본 건데 말이죠.
당초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 등 정부의 부정적 정책 기조로 혼란을 느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시장 육성은 커녕 투자자보호 대책도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마저 사라졌다
부자 되기 싫은 사람은 없습니다. 당장 가난하고 삶이 고단하더라도 언젠가 부자가 되고 말겠다는 '작은 희망'을 가지는 것은 삶의 중요한 원동력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의 개인투자자들은 이러한 꿈 조차도 꿀 수 없게 됐다고 호소합니다. 그나마 적은 자본금으로도 개미가 성공을 꿈꿀 수 있었던 곳이 주식이나 가상자산 시장인데, 이마저도 정부가 훼방을 놓았다는 겁니다.정부 입장에선 20% 내외의 세율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세금을 내더라도 수익의 80%는 이익으로 남으니까요.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수익이 난 종목을 매도 할 때 마다 20%의 손해를 안고 다시 시작하는 셈이 됩니다.
손익통산은 5년이지만, 정부가 6개월마다 원천징수로 주식 수익을 가져간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나중에 손해를 보면 환급 절차를 통해 되돌려주긴 하겠지만 6개월 단위로 자본금이 줄어들어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 역시 투자자들에겐 치명적입니다. 개미들이 뿔이 날 수 밖에 없는 ‘진짜’ 이유입니다.
[편집자 주] 국내외 증권시장과 코인, 선물을 가리지 않는 적극적 성향의 개인투자자 '불개미'들이 주목하는 글로벌 금융 시장 이슈를 들여다봅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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