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작으로 서울·부산·경기·충청에서도 신고
생수로 양치·샤워하는 주민 늘어…정상화 시기는 미궁
[수돗물 비상] ①해마다 반복되는 사고…불안 전국 확산
인천에서 수돗물 유충 신고가 최초로 접수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유충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경기 등에서도 유충 발견 신고가 이어지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안은 전국으로 확산했다.

인천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언제쯤 수돗물이 정상화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인천 전역서 피해 호소…계속 발견되는 유충

인천 지역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민원 신고가 최초로 접수된 것은 지난 9일이다.

최초 서구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접수된 뒤, 서구처럼 공촌정수장에서 물을 공급받는 강화군·영종도에서도 수돗물 유충 민원이 제기됐다.

이어 부평정수장에서 물을 받는 부평·계양구 지역 등지로 민원 신고 지역이 확대됐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수돗물 유충 신고는 인천 10개 군·구 중 옹진군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천여건이 쏟아졌다.

이 중 실제로 유충이 발견된 곳은 공촌정수장 수계인 서구·영종도·강화군과 부평정수장 수계인 부평구·계양구 내 254가구에 달했다.

최근에도 매일 하루 20곳 안팎에서 수돗물 유충이 발견되는 등 유충 사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 등은 유충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한 것은 아니지만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 내 활성탄 여과지(분말 활성탄을 활용한 정수 목적의 연못 형태 시설) 관리 부실로 벌레가 들어가 알을 낳았고 알에서 나온 유충이 배수지를 거쳐 가정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전국에서 유충 의심 신고…"인천 이외 지역 유충은 외부 요인"

수돗물 유충 발생 의심 신고는 인천 이외의 지역에서도 잇따라 접수됐다.

지난 16일 경기 시흥 지역을 시작으로 19일에는 서울, 20일에는 부산, 경기 파주·용인, 충북 청주 지역 가정집에서도 수돗물 유충 의심 신고가 잇따랐다.

환경부는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자 지난 15∼17일 유충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 활성탄 여과지를 쓰는 전국 정수장 49곳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인천 2개 정수장 외에 다른 지역 정수장 5개 등 모두 7개 정수장에서 유충과 벌레의 일종인 등각류 등을 발견하고 방충망 등 시설 보완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충 민원 신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수돗물 유충 발생 의심 신고는 인천 927건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모두 1천314건에 이른다.

이중 실제 유충 발견 사례는 인천 232건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49건이 추가돼 총 281건에 달했다.

환경부는 다만 인천 외 다른 지역 유충은 수돗물 공급계통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가정 내 하수구·배수구 유입 등 외부 요인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수돗물 비상] ①해마다 반복되는 사고…불안 전국 확산
◇ 시민들 "늑장 대응…작년과 바뀐 게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돗물 관련 사고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벌레가 나오는 물을 먹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세수·샤워 등으로도 사용하기 꺼림직하자 자기 돈으로 생수를 사서 마시고 이빨 닦고 씻는 데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와 올해 유충 사고로 인천에서 수도 필터와 샤워기용 필터는 필수품이 됐다.

수돗물 유충이 발생한 인천의 서구 왕길동·당하동·원당동·검암동·마전동 등 5개 동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39곳은 이달 14일부터 수돗물 급식을 중단했다.

식당과 카페 등 자영업자들은 수돗물 대신 생수로 요리하고 있다.

인천 시민들은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시의 대처가 부실하다며 1년 동안 바뀐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구에 사는 A(37·여)씨는 지난 13일 오후 샤워기 필터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유충이 발견된 뒤 화장실과 주방에 이중으로 필터를 설치했다.

어린아이를 유충이 나온 물로 씻기거나 밥을 해주려니 불안했기 때문이다.

A씨는 "1년 사이 바뀐 게 없다.

(시가) 벌레 발견 민원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늦게 알리고 대응도 늦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시민이 불안해서 필터와 생수를 사서 쓰고 있지만 시는 유충 발견이 확인된 가정의 필터 구매비만 보상해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유충 발견 지역에 거주하는 B씨(50)는 "작년에 산 필터를 계속 교체해야 하고 생수를 사는 데 들어가는 돈도 적지 않다"며 "무엇 때문에 생수로 샤워를 해야 하는지 시는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시의 보상 방침에 불만을 나타냈다.

인천시 관계자는 "수돗물 불안감 해소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수돗물 정상화를 완료하겠다고 확답하기 어렵지만,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수돗물 비상] ①해마다 반복되는 사고…불안 전국 확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