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조달러 규모 추가 부양책이 시행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폭락했던 시기에 집행된 기존 부양책과는 다른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올라버린 기술성장주보다 실제 경기 회복으로 혜택받을 경기민감주가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국내에서도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중후장대 업체들의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런 기대로 현대차는 이달 들어 23일까지 27.43% 올랐다. 한국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수혜 전망에 미국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더해졌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자동차 도매 판매 대수는 지난 4월 9만6651대로 바닥을 찍은 뒤 6월 21만3629대까지 회복했다. 올 1월 25만6485대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번 경기부양책에는 미국 내 학교 개학 지원금이 대거 포함돼 있다. 학교가 다시 열리면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7~8월은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다.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는 성수기로 꼽힌다.

자동차 생산량 증가는 철강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 주가도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해 이달 들어 12.36%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분기 적자를 냈지만 실적이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미국 내 경기 활성화에 따른 이동 수요 증가는 정유주와 조선주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주의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40달러대에 안착했지만 원유 수요가 회복하지 못한 탓이다. 미국 내 경제 활동 재개는 정제마진 회복의 필요조건이다. 유가가 이를 기반으로 안정세를 보이면 액화천연가스(LNG)의 상대적 매력이 커지며 조선업체의 LNG선 수주도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