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보유주택 50만가구 달해…양도세 낮춰 시장에 나오게 유도를"
현 정부 들어서 22번째 부동산 정책인 ‘7·10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취득과 보유, 거래 등 모든 단계의 세금을 높인 게 특징이다. 무주택자 가운데 특히 주택 구입 수요가 많은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주택취득자에겐 기준을 낮추고, 신규 분양에서 그들을 위한 물량을 배정해 주택 구입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선호도가 높은 서울 안에서 신축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도심 유휴부지 발굴과 고밀도 개발 등 다양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동안 발표했던 21번의 정책과 일관된 인식을 보여줬다. 폭등하는 서울 부동산 시장을 진단하면서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지만 투기 세력들의 주택 구입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발굴을 해서라도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주문한 데서 변화가 생겼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주택 공급이 부족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는 인식의 전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신축 주택의 공급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 같은 경우 더욱 그렇다. 그래서 공급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게 3기 신도시 확대와 도시계획 규제 개선을 통한 도심 고밀개발, 도시 주변 유휴부지, 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택지 추가 지정 등이다. 이들 방안은 장점도 있지만 분명한 약점도 존재한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3기 신도시 확대는 서울로 몰리는 주택 수요를 분산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서울에 공급하는 게 아닌 만큼 수요 분산 효과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도시계획 규제 개선을 통한 도심 고밀 개발은 선호도가 높은 서울 안에 공급을 늘려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인구밀도와 혼잡도가 증가하는 부분은 피할 수 없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해지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 택지의 추가 발굴은 주택 가격 안정 효과를 볼 수 있을 만큼 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아직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을 투기 수요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부동산시장에서 정부를 믿고 안정화를 기다리다가 뒤늦게 매수에 뛰어든 실수요자가 많다. 이들에게 새 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시장에 나오게 해 실수요자가 구입할 수 있게 공급하는 정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토부는 지난 5월 발표한 서울 수도권 공급계획에서 3년 동안 서울에 약 4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당장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다주택자 보유주택은 약 50만 가구다. 어떤 공급정책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수치다.

다만 기존 다주택자들의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기 위해선 그에 맞는 세제 개편이 필수적이다. 핵심은 지금과 같이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는 강화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낮춰 주택을 매도할 때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이미 2018년부터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제도를 시행했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시장엔 오히려 다주택자들의 물건이 잠겼다. 정책의 역효과다. 이제라도 과감하게 양도세에 관한 정책 방향을 틀어서 다주택자의 주택을 시장에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이 수요자들에게 언제든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주고,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