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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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범죄를 저지를 계획을 세웠던 피의자에게 경찰이 기회를 제공해 실제로 범행이 벌어졌다면 이는 수사기관의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B씨로부터 "대포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로 현금을 인출해주면 수고비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체크카드를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B씨의 제안이 보이스피싱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봤다. 하지만 A씨는 경찰이 자신을 잡기 위해 '불법 함정수사'를 벌였다며 항소했다. 알고보니 B씨는 경찰의 수사협조자였기 때문이다.

2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보이스피싱 공모자를 구하는 글을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의지를 보였다고 봤다. A씨는 이미 '출집, 장집을 구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카페 게시글에 자신의 텔레그램 아이디를 댓글로 남겨놨다. '출집'은 보이스피싱 대포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인출해 범죄조직에 송금하는 인출책을, '장집'은 가로챈 돈을 입금받을 대포계좌와 이에 연결된 체크카드를 수집하는 모집책을 가리키는 범죄 용어다.

대법원 판단도 2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감정에 호소하거나, 압박이나 위협을 가하거나, 거절하기 힘든 유혹을 하는 방식으로 범죄 동기를 제공하는 것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면서도 A씨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일부 개입했다 하더라도 이미 범죄 의지를 갖고 있는 피고인에 대해 단순히 범행 기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며 상고를 기각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