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강의 1위 업체인 메가스터디가 공무원시험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과거 서울 노량진 학원 위주로 형성됐던 ‘공시(공무원시험)’ 시장이 인터넷강의 인프라를 갖춘 후발주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공무원을 17만4000여 명 늘리기로 하면서 달아오른 공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공시 ‘1타 강사’ 모시기 나선 메가스터디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에스티유니타스 소속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는 에스티유니타스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경쟁업체인 메가스터디로 이적했다. 전씨는 공무원시험 한국사 영역에서 이른바 ‘1타 강사’로 불리는 인기 강사다. 알려진 1년 매출만 160억원에 달한다.

전씨는 에스티유니타스와 2026년까지 계약이 남아 있음에도 위약금을 감수하고 메가스터디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티유니타스 관계자는 “전씨로부터 갑작스레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전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전씨의 이적을 두고 “메가스터디가 본격적으로 공시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메가스터디는 지난 1일 공시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노량진 메가스터디타워 내에 두 개의 대형학원을 열었다. 2007년 공시 시장에서 철수한 지 13년 만의 재진출이다.

메가스터디는 인기 강사의 추가 영입도 예고했다. 다수의 공시 학원은 인기 강사 쟁탈전이 벌어지면 자본력이 강한 메가스터디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공시 업체 관계자는 “학생들은 강사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1타 강사가 몇 명만 바뀌면 업계 판도 자체가 바뀐다”며 “자본력이 약한 업체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시장 ‘인기’

교육계에서는 공시 같은 성인교육 시장의 확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공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과열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쪼그라들고 있는 중등교육 시장보다는 공시 시장이 안정적인 직업 선호도가 커진 데 따라 더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은 48만4737명으로 전년보다 4만5000여 명 줄어 역대 최소 인원을 기록했다. 2000년 86만 명에 달하던 수능 응시생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다. 지난 6월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 응시생의 경우 39만5486명에 불과해 올해 수능 응시생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5월 채용중개업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발표한 ‘공무원시험 준비 현황’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2013명 중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6.0%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조사의 24.7%에 비해 11.3%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국가공무원 7·9급 필기시험 응시생 수는 2015년 17만5602명에서 2016년 20만2091명으로 늘어났다. 2017년엔 7급 영어과목이 토익·토플 등으로 대체되면서 응시자가 약간 줄었으나 2018년 18만1271명, 지난해 17만9575명으로 18만 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인원까지 고려하면 공시족은 40만 명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메가스터디와 같은 중등교육 전문업체가 공시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추세를 따라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교육업체 관계자는 “공무원 채용 확대는 정부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언제든지 채용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메가스터디까지 뛰어들면서 시장은 이미 과열경쟁 상태”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