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과 '017' 번호로 시작하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 2G(세대) 서비스가 2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진=연합뉴스
'011'과 '017' 번호로 시작하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 2G(세대) 서비스가 2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진=연합뉴스
"안테나가 이제 한 개도 안 보이네요." "송파 잠실은 끊어졌습니다." "세종 OFF입니다."

'011'과 '017' 번호로 시작하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 2G(세대) 서비스가 2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01X 번호 유지를 희망하는 일부 이용자들은 "통화가 정말 안되냐"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SK텔레콤을 상대로 '번호이동 청구소송' 대법원 상고심을 준비 중이다.

2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날 0시를 기해 서울시를 마지막으로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011'과 '017' 등 '01X' 번호로 더이상 통화나 문자 이용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SK텔레콤이 1996년 '스피드 011'이라는 이름으로 2G 서비스를 시작한지 25년 만이다.

010 번호 통합에 반대하는 '010통합반대 운동본부' 카페에 따르면 2G 종료 전날 저녁부터 2G 서비스 종료 여부를 확인하는 게시글들이 급증했다. 이들은 "휴대폰 신호 없음이 뜬다", "이젠 아예 먹통이다", "미등록 단말기라고 뜬다" 등 200여개 게시글을 잇따라 올리며 아쉬운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종료는 2012년 KT 이후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두번째다. 현재 유일하게 2G 서비스를 제공 중인 이통사는 LG유플러스뿐이다. 상황이 이렇자 '010통합반대 운동본부' 카페 일부 회원들은 01X 번호 유지를 위해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을 고려하고 했다.

이들은 "선택의 시간이 왔다", "공기계만 있으면 LG유플러스로 이동할 수 있냐", "번호이동을 위해 LG유플러스 대리점에 왔다","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하고 실내에서 테스트 중이다" 등 번호이동 내용을 담은 글들을 올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기 노후화로 통신오류가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로의 01X 번호이동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만, 정상 이용을 하려면 2G 주파수대역인 1.8GHz(기가헤르츠)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구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2000년대 이전에 생산된 하자 없는 단말기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번호이동 후 정상이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번호이동이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20년 전에 나온 단말기라도 기기에 따라서 통신 기술이 맞지 않아 010번호를 사용해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01X 번호 이용자들의 불만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1일 01X 번호 일부 사용자들이 낸 'SK텔레콤 2G 서비스 종료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이와 별개로 이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로 'SK텔레콤의 (2G 서비스) 폐업 승인 취소에 관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SK텔레콤을 상대로 '번호이동 청구소송' 대법원 상고도 준비 중이다. 앞서 1·2심은 원고 패소 결정이 내려졌다.

정부의 '010 통합정책'을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3세대(3G) 이상 서비스에서도 01X 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과기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휴대폰 번호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용 자원으로 '010 통합 정책'의 연속성 및 기존 이용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예외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현재 2G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종료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관계자는 "현재 무선 카드결제기, 공공 사회기반시설(SOC) 등 공공기관 B2B(기업간 거래) 서비스를 우선으로 LTE(4세대)와 5세대(5G)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일반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