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상태서 사라진 월북 추정 탈북민…관리 매뉴얼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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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탈북민은 경찰의 탈북자 관리 시스템에서 사실상 벗어난 상태에서 자취를 감췄다. 특히 성폭행 혐의를 받던 상황이었지만 담당 경찰관은 해당 탈북민이 사라지기 전까지 한 달간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브리핑에서 밝힌 사라진 탈북민 김모(24) 씨에 대한 행적 등에 관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 20분께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한 마을까지 택시로 이동한 뒤 하차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김 씨의 마지막 행적의 자취는 인근 배수로 주변에서 발견된 그의 가방이다.
가방 안에는 물안경과 옷가지, 통장에서 500만원을 인출한 뒤 이 가운데 480만원가량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 등이 남아있었다.
군 당국은 김 씨가 철책 밑의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김 씨는 자취를 감추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지인인 탈북민 유튜버 A씨로부터 빌린 K3 차량을 운전해 강화군을 찾았다가 주거지인 김포로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 답사 형식으로 탈출 장소를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날 저녁 그는 주거지 주변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마사지 업소에 들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택시를 타고 강화군으로 다시 향한 뒤 사라진 것이다.
답사로 추정되는 김 씨의 행보가 확인된 반면, 그가 사라지기 전까지 경찰의 탈북민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탈북민을 북한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가∼다'의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대부분의 탈북민이 위협 가능성이 낮은 '다' 등급에 속한다.
그러나 다 등급은 물론 가, 나 등급에 속하는 탈북민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리 매뉴얼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 등급의 경우 해당 탈북민을 관리하는 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전화나 대면 만남을 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가, 나 등급의 경우 경찰관의 이러한 확인 과정 횟수가 좀 더 많은 수준이다.
탈북민 관리 매뉴얼이 허술한 것도 문제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김 씨의 경우 다 등급에 속해 김포경찰서의 담당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 김 씨와 전화나 대면 만남을 가져야 했으나, 그가 사라지기 직전 한 달간 담당 경찰관은 그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김 씨는 지난달 12일 주거지에서 지인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 달 21일 경찰 조사까지 받은 상황이어서 평소보다 엄밀한 관리가 요구되던 상황이었다.
당시 경찰은 피해여성의 남자친구로부터 신고를 받은 즉시 병원에서 증거물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이달 4일 국과수로부터 피해여성의 몸에서 피의자의 유전자 정보(DNA)가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은 김 씨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달 19일 오전 1시 1분 김 씨 지인 A 씨로부터 "(김 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강화군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같은 날 오전 9시에야 김 씨에게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김 씨의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늑장 조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행적을 추적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탈북민의 월북 가능성이 높은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음에도 군 당국과 경찰 사이에는 협조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국방부나 국가정보원 등 관련 기관에 김 씨가 사라진 사실을 통보하거나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앞서 김 씨가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을 당시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성범죄 발생 당시에는 김 씨의 월북 제보가 전혀 없었고 주거지도 분명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어 "이후 김 씨 지인으로부터 김 씨가 성범죄 피해자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과 월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를 각각 7월 18일과 19일에 받은 뒤 20일 출국 금지하고 21일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해 현재 구인장이 발부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경찰 내 합동조사단을 편성하고 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이나 월북 관련 제보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군 당국은 김씨가 월북하면서 철책 밑 배수로를 통과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철책을 직접 뚫기보다는 감시 사각지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철책 자체엔 과학화경계장비가 설치돼 있지만 배수로의 경우 감시망을 피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의견이 있다. 철책 하단에 있는 배수로에도 기본적으로 물이 통과할 수 있는 형태의 스크린이 설치돼 있지만, 상대적으로 감시 사각지대인 점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풀이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브리핑에서 밝힌 사라진 탈북민 김모(24) 씨에 대한 행적 등에 관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 20분께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한 마을까지 택시로 이동한 뒤 하차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김 씨의 마지막 행적의 자취는 인근 배수로 주변에서 발견된 그의 가방이다.
가방 안에는 물안경과 옷가지, 통장에서 500만원을 인출한 뒤 이 가운데 480만원가량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 등이 남아있었다.
군 당국은 김 씨가 철책 밑의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김 씨는 자취를 감추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지인인 탈북민 유튜버 A씨로부터 빌린 K3 차량을 운전해 강화군을 찾았다가 주거지인 김포로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 답사 형식으로 탈출 장소를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날 저녁 그는 주거지 주변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마사지 업소에 들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택시를 타고 강화군으로 다시 향한 뒤 사라진 것이다.
답사로 추정되는 김 씨의 행보가 확인된 반면, 그가 사라지기 전까지 경찰의 탈북민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탈북민을 북한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가∼다'의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대부분의 탈북민이 위협 가능성이 낮은 '다' 등급에 속한다.
그러나 다 등급은 물론 가, 나 등급에 속하는 탈북민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리 매뉴얼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 등급의 경우 해당 탈북민을 관리하는 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전화나 대면 만남을 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가, 나 등급의 경우 경찰관의 이러한 확인 과정 횟수가 좀 더 많은 수준이다.
탈북민 관리 매뉴얼이 허술한 것도 문제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김 씨의 경우 다 등급에 속해 김포경찰서의 담당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 김 씨와 전화나 대면 만남을 가져야 했으나, 그가 사라지기 직전 한 달간 담당 경찰관은 그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김 씨는 지난달 12일 주거지에서 지인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 달 21일 경찰 조사까지 받은 상황이어서 평소보다 엄밀한 관리가 요구되던 상황이었다.
당시 경찰은 피해여성의 남자친구로부터 신고를 받은 즉시 병원에서 증거물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이달 4일 국과수로부터 피해여성의 몸에서 피의자의 유전자 정보(DNA)가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은 김 씨에게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달 19일 오전 1시 1분 김 씨 지인 A 씨로부터 "(김 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강화군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같은 날 오전 9시에야 김 씨에게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김 씨의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늑장 조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행적을 추적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탈북민의 월북 가능성이 높은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음에도 군 당국과 경찰 사이에는 협조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국방부나 국가정보원 등 관련 기관에 김 씨가 사라진 사실을 통보하거나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앞서 김 씨가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을 당시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성범죄 발생 당시에는 김 씨의 월북 제보가 전혀 없었고 주거지도 분명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어 "이후 김 씨 지인으로부터 김 씨가 성범죄 피해자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과 월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를 각각 7월 18일과 19일에 받은 뒤 20일 출국 금지하고 21일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해 현재 구인장이 발부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경찰 내 합동조사단을 편성하고 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이나 월북 관련 제보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군 당국은 김씨가 월북하면서 철책 밑 배수로를 통과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철책을 직접 뚫기보다는 감시 사각지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철책 자체엔 과학화경계장비가 설치돼 있지만 배수로의 경우 감시망을 피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의견이 있다. 철책 하단에 있는 배수로에도 기본적으로 물이 통과할 수 있는 형태의 스크린이 설치돼 있지만, 상대적으로 감시 사각지대인 점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풀이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