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허브 '네이션' 방송 화면 캡처]
[뉴스허브 '네이션' 방송 화면 캡처]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 근무 당시 현지인 동성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국 외교관을 한국 정부가 보호해주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뉴질랜드 텔레비전 방송 '뉴스허브(Newshub)'는 지난 25일 방영된 심층 보도 프로그램 '네이션'을 통해 2017년 말 한국 외교관 A씨가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대사관 남자 직원을 상대로 세 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직 뉴질랜드 경찰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대사관 안에서 직원 B의 신체 부위를 수차례 만지고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는 등 혐의를 받는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3가지로, 뉴질랜드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각 혐의마다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후 상사에게 해당 상황을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몇 주 후 A씨는 B의 가슴을 쓰다듬는 등 재차 성추행을 했다고 뉴스허브는 보도했다. 한 달 후 A씨는 뉴질랜드를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B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진단받았다는 설명이다.

방송은 뉴질랜드와 한국의 우호적인 양국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현재 다른 나라에서 총영사로 근무하는 A씨의 기소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뉴질랜드 외교부가 지난해 9월에 이미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가 거부했다"고 부연했다.

A씨는 대사관 자체 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성범죄 의혹을 부인했으며 그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은 이상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가 자신들의 인터뷰 요청에 자료를 통해 A씨에게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받을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이상진 대사는 또 A씨가 언제 뉴질랜드로 들어와 조사를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A씨가 뉴질랜드로 들어와 조사를 받을 것인지 여부는 A씨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방송은 이어 뉴질랜드 정부가 한국 정부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으나 자료를 보면 모든 게 지금 교착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이먼 브리지스 국민당 외교담당 대변인은 외교적 상황이 복잡하다며 "그러나 저신다 아던 총리와 윈스턴 피터스 외교부 장관이 이 문제를 모른 체하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