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징벌적 부동산세, 정의롭지 않다
지난 10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또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2번째다. 부동산 투기와 집값을 잡겠다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집값이 뛰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정부의 모습은 풍차를 향해 무턱대고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연상시킨다.

집값이 오르고 정부가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한 탓에 재산세가 터무니없이 올랐다. 지난해 주택 보유자 등이 낸 재산세는 12조6771억원으로 전년보다 9.9% 증가했다. 종부세 징수액은 42.6%나 급증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치면 주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내는 세금이 전년보다 14.5% 늘었다. 올해는 주택 공시가격을 작년보다 더 높였기 때문에 작년보다 재산세를 더 많이 내야 한다. 1주택 보유자도 상당수가 20% 넘게 오른 재산세를 내야 할 판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투기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투기란 이익을 기대하면서 현재에서 미래로 자산을 옮겨가는 행위를 말한다. 투기로 이익을 기대한다는 것은 자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미래에 주택에 대한 초과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의 주택 가격에 대한 예상이 맞으면 투기로 이익을 얻지만 틀리면 손해를 본다. 그런데 미래에 초과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공급을 억제하는 정부 정책에 의해 확고해진다. 다시 말하면 재건축 규제와 같은 공급 억제 조치는 미래에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임을 예고함으로써 이익 가능성을 공고하게 한다. 정부의 공급 제한 정책이 투기를 더욱 조장하는 것이다.

세제를 강화해 투기를 잡겠다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의 효율적인 이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수요와 생산적 실수요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투기를 잡기 위한 세금은 생산적인 목적을 위해 보유한 부동산의 비용을 높여 비효율을 유발한다. 설령 구분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투기 행위는 부동산의 미래가치를 알리는 시장의 정보 전달 기능을 하는데, 이를 봉쇄하면 부동산에 대한 시장의 정보가 차단돼 부동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

세금을 인상하면 단기적으로는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사람들이 부동산을 적게 보유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에는 주택 공급이 줄게 돼 임대료와 주택 가격이 오히려 오른다. 이런 미래가격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지금 시장에서 주택 가격이 폭등하고 시장이 교란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나친 세금은 도덕적으로 정의롭지 않다는 데 있다. 세금이 너무 많아 현재의 소득으로 세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집을 팔려고 내놓거나, 그래도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세무당국에 소유권을 포기해야 한다. 강제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정의에 어긋난다. 세금이 필요없다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국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있어야 하고,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세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금이 과도하면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한다.

개인의 사유재산권은 국가의 존립과 번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사유재산권은 인간 세상의 근본 문제인 자원의 희소성을 완화시키는 제도다. 사유재산권은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자연이 제한하는 재화의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풍요를 누리게 하고 재화 부족을 둘러싼 갈등을 완화시켜왔다. 사유재산권이 잘 보장되지 않으면 이런 메커니즘이 붕괴돼 사회가 불안해지고 경제가 쇠퇴하게 된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주택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지나치게 풀린 통화량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성장동력을 훼손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돈만 풀어서 경기를 회복시키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팽창된 돈이 실물의 생산 부문으로 가지 않고 금융시장이나 부동산 쪽에 몰려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정말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돈 푸는 일을 자제하고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를 완화해 부동자금이 기업의 투자 쪽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주택 공급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주택의 공급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