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의 KT스카이라이프 사옥.
서울 상암동의 KT스카이라이프 사옥.
KT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현대HCN을 인수하며 유료방송 시장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 현대HCN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T스카이라이프를 선정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인수가 완료되면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유료방송 점유율을 35%대로 끌어올리며 후발인 LG유플러스, SK텔레콤을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따돌리게 된다.

사활 건 스카이라이프

현대HCN은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권역(SO) 여덟 곳을 확보하고 있는 알짜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2928억원, 영업이익 408억원을 올렸다. 지난 15일 마감한 본입찰에는 KT스카이라이프를 비롯해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모두 참여하며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KT스카이라이프는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약 6000억원의 인수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HCN 측은 매각가로 6500억원대를 희망해왔다.
KT스카이라이프, 현대HCN 품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번 인수로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는 인터넷TV(IPTV)의 급성장,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로 입지가 좁아지면서 ‘생존’의 위기에 부딪혔다.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2017년 상반기만 해도 10.53% 수준이었으나 2018년 하반기 9.95%, 2019년 하반기 9.56%로 해마다 줄어들었다. 2018년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KT스카이라이프 측이 현대HCN 인수전에서 “위성방송의 존립이 걸린 문제”라며 총력전을 펼친 이유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현대HCN의 강점으로 꼽히는 수도권 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위성방송에 인터넷, 케이블을 결합해 가입자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 휴대폰까지 묶어 판매하기 위해 알뜰폰 사업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알뜰폰사업 진출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하고 있다.

KT, 유료방송 시장 1위 굳히기

현대HCN의 주인이 결정되면서 통신업계의 시선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다른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점유율 5.98%), CMB(4.58%)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 2위를 다투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반면 KT의 입지는 탄탄하다.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계열사를 포함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35.47%까지 올라간다. 후발 주자들이 남은 매물을 모두 인수해도 KT를 넘어설 수 없다.

KT스카이라이프는 앞으로 정부의 기업결합심사 과정을 넘어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 유료방송 플랫폼의 대형화, 선진화를 지원하기 위해 M&A 심사를 신속하게 하겠다는 내용의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해 인허가 과정에서 큰 변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한 사업자의 점유율을 최고 33%로 제한하던 합산규제도 폐지됐다.

KT는 이번 인수 건을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인수”라며 몸을 낮추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날 현대HCN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유무선 네트워크 결합을 통한 양사 시너지 극대화, 방송상품 중심의 실속형 신상품 출시로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선택권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내 미디어콘텐츠산업 발전과 방송의 공적 책무인 지역성 강화, 위성방송에 요구되는 공적 책무 확대, 이용자 후생 증진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