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경기 안성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를 찾아 주스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롯데 신동빈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경기 안성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를 찾아 주스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요즘 주말 마다 롯데 각 계열사 사업장을 찾는다. 위기를 맞고 있는 그룹 전체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신 회장의 주말 현장 경영은 일본에서 귀국한 지난 5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그 달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방문을 시작으로 24일에는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 롯데백화점 잠실점, 테마파크 롯데월드 등을 둘러봤다. 31일엔 다시 롯데백화점 본점에 갔다. 6월 들어서도 6일 롯데마트 광교점과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수원점, 13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 20일 롯데백화점 노원점 및 롯데마트 구리점, 27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등에서 경영진 보고를 받았다. 이달 들어선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양산 공장과 롯데아울렛 이천점,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등을 주말에 가는 등 주말 현장방문을 빼놓지 않고 있다.

신 회장이 사업장을 찾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 처럼 매주, 그것도 주말에 꼬박꼬박 방문한 적은 없었다. 부친 신격호 회장도 현장 경영을 많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재계에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도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 “오래 전부터 공유된 내용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임직원을 단도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타격을 국내 대기업 중 가장 크게 봤다. 세계 1위를 다퉜던 롯데면세점은 ‘개점 휴업’ 상태고, 롯데호텔은 해외 여행객이 없어 객실 대부분을 비워놓고 있다. 백화점, 아울렛, 마트, 슈퍼, 편의점 등 유통 사업장은 코로나19 탓에 방문객이 크게 줄고 실적이 급감했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화학 사업도 좋지 않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일본 상품 불매 운동 등으로 매출 타격이 극심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커다란 악재를 얻어 맞은 것이다.

그룹 내 계열사가 동시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오죽하면 신 회장은 이달 중순 사장단 회의에서 ’70% 경제론’을 거론했다. “경제가 내년 말까지 코로나 이전의 70% 수준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잘 대응하라”고 지시만 할 수는 없었다. 그가 주말을 반납하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행동 만으로도 “위기를 다같이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그룹 전체에 줄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셔틀 경영’을 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과거 신 회장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롯데를 챙겼다. 부친 신격호 회장 때부터 이어온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셔틀 경영이 불가능해졌다. 일본이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이란 딱지가 붙어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타격을 크게 봤는데, 정작 신 회장은 일본에서 한국인이란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다. 이 탓에 신 회장은 일본 등 해외 사업은 화상회의에 의존해 보고를 받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