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8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고체연료를 활용한 우주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으로 한국형 발사체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주발사체의 고체연료 제한이 완전히 해제됐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과 연구소, 개인들은 기존의 액체연료뿐 아니라 고체연료와 하이브리드형 연료 등 다양한 형태의 우주발사체를 자유롭게 연구개발하고 생산, 보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개발에 따른 기술이전을 받기 위해 미사일 지침을 체결·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군사용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탄두 중량과 사거리에 제한을 받고 있다. 우주발사체 개발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액체연료보다 효율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한 고체연료 사용이 제한됨에 따라 저궤도 군사정찰위성 등의 발사가 어려웠고 정보감시 정찰 능력도 한계에 부딪혀 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가안보실에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의 직접 협상을 통해 우주발사체 개발을 막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한국형 발사체 기술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풀린 만큼 앞으로 다양한 방안으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김 차장은 “이번 개정은 민간 기업과 개인, 특히 우주산업에 뛰어들기 열망하는 젊은 인재들을 우주로 이끌게 될 것”이라며 “우주 인프라에 대한 제도적 토대가 마련돼 한국판 뉴딜 정책이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18년 3600억달러(약 431조1000억원)에서 2040년 1조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김 차장은 “20세기 자동차, 조선산업이 국가 경제와 운명을 바꿔나갔듯 우주발사체산업은 21세기 우리 미래를 바꿔나갈 것”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발전을 위한 고속도로를,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기술(IT)산업을 위한 초고속 인터넷 고속도로를 건설했듯이 문 대통령은 우주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우주 고속도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지침 개정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개발이 허용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소형 통신위성, 기상관측 위성 등 민간 부문은 물론 잠재적으로는 군용 로켓 개발 능력도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이정호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