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카카오가 구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안드로이드 오토’를 두고 경쟁에 나섰다. 두 회사는 지난해 서로 주식을 교환하고 ‘혈맹’을 맺었지만 모빌리티를 비롯해 음원, 인공지능(AI),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제휴를 통한 ‘시너지’를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3000억 혈맹' SKT·카카오 "협업 쉽지 않네"

구글 IVI 놓고 T맵-카카오내비 경쟁

28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구글과 SK텔레콤은 안드로이드 오토에 T맵을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르면 하반기 중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T맵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차량 화면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결해 다양한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애플도 이와 비슷한 ‘카플레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구글은 2018년 7월 한국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와 독점 계약을 맺고 카카오내비를 지원했다. 이번에 T맵이 추가로 탑재되면 IVI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T맵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1200만 명으로, 카카오내비(약 500만 명)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업계 관계자는 “IVI가 설치된 차량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SK텔레콤과 카카오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혈맹’ 맺었지만 성과는 ‘물음표’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작년 10월 전략적 제휴를 맺고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했다. 그 결과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를,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하게 됐다. 두 회사는 주식 교환을 계기로 통신과 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등 4개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협업하겠다고 밝혔다.

10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결과물은 찾기 힘들다는 평가다. 지난 5월 카카오톡을 통해 SK텔레콤 무선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SK텔레콤의 커머스 자회사인 11번가의 온라인 쇼핑몰이 카카오톡에 시범 적용됐다. 최근 상대 회사의 캐릭터를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최근 몇 년 새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각각 본업인 통신과 메시지에서 벗어나 사업을 다각화하며 모빌리티, 콘텐츠,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 관계를 이뤘다.

두 회사가 지분 교환까지 하면서 협력을 강화한 것은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의 국내 시장 공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당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국내 ICT 대표 기업인 양사가 글로벌 업체와 견줄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전략적 제휴 때문에 한쪽이 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일은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렇다 보니 경쟁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협력할 분야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향후 협력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면서 대응에 속도를 낼 필요가 생겼다. 또 KT가 ‘AI 원팀’을 앞세워 LG유플러스, LG전자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인 만큼 SK텔레콤과 카카오도 AI 분야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승우/김주완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