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일명 ‘고향세’로 불리는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 공제 혜택과 지역 답례품을 주는 제도로 일본에선 12년 전부터 도입됐다.

고향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취약해진 지방 재정을 확충할 ‘묘수’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사실상 준조세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 등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 고향세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28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올해 중점사업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선정하고 세부 추진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에 선정된 이후 도입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고향사랑기부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국회에서도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이개호·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로 관련 법안을 제출했고, 김태호 무소속 의원도 김성원 미래통합당 의원 등과 고향세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23일에는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한병도 의원이 고향세 법안 발의에 가세해 총 4개 법안이 21대 국회에 제출됐다.

현행 기부금품법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부금 모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새로 법을 제정해 지자체도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고, 기부자에 대해선 현행 정치자금법 및 기부금품법의 세액공제와 동일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기부액이 10만원 이하일 때는 전액, 1000만원 이하는 16.5%, 1000만원 초과 시엔 33%를 소득세(국세)와 지방소득세(지방세)에서 공제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의원안에선 기부금의 15~30%를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공제해주도록 했다.

지자체들이 기부자에게 답례품으로 지역 특산물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기부를 더욱 많이 유치할 수 있는 일종의 유인책이다.

고향세는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의원 측은 “저출산과 인구 유출로 지역 사회는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고향세 도입으로 유입되는 기부금은 열악한 지방 재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애향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향세 도입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자칫 기부금이 강제성을 띠게 될 경우 준조세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 간 답례품 과열 경쟁으로 ‘기부쇼핑’ 현상이 벌어지거나 자치단체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고향세의 취지는 좋지만 권력 있는 지자체가 지역 출신 인사에게 압력을 넣어 기부를 유도하는 식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고향세의 장단점을 제대로 분석하고 보완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