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천박하고 초라한 '후레자식 정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민에 상처주고 역겹게 하는
막말 내뱉고서 "문맥을 보라"니
섬뜩한 편가르기 불치병인가
불확실성 파고 높아지는 시대
유연함 막는 도그마는 '거악'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막말 내뱉고서 "문맥을 보라"니
섬뜩한 편가르기 불치병인가
불확실성 파고 높아지는 시대
유연함 막는 도그마는 '거악'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이학영 칼럼] 천박하고 초라한 '후레자식 정치'](https://img.hankyung.com/photo/202007/07.21333375.1.jpg)
서울을 ‘천박한 도시’로 지칭한 게 논란의 핵심인데 한마디 사과도 없이 ‘문맥’ 운운하며 큰소리치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맥락이 중요하지 일부 표현 따위가 무슨 문제냐”는 이 대표와 추종자들의 정신세계는 골이 깊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산에 올 때마다 매번 느끼는데 도시가 왜 이렇게 초라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는 말로 부산 사람들의 염장을 질렀을 때도 “민주당 후보를 찍어주면 부산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얘기”라고 넘어갔다. 장애인단체 모임에서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그 사람들까지 포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장애인을 모욕하고, “(여성들은) 경력이 단절된 뒤에는 열심히 무엇을 안 한다”는 말로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상처를 입힌 것에 이르기까지 ‘막말 어록’이 차고 넘친다.
이 대표의 언행에는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확신을 넘어 “우리만이 옳다”는 독선과 오만이 병적으로 배어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4월 총선 직전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천박하고 주책없는 당’이라며 “지금까지 해온 게 전부 발목잡기, 토착왜구 그런 것 아니냐”고 상소리를 퍼부은 것을 단순한 선거용 발언으로만 넘길 수는 없다. 세종시청에서의 ‘천박한 서울’ 특강에서 “통합당은 의석도 소수고 총선에서 참패해 터무니없는 절망 속에서 나오는 주장을 많이 한다”고 말한 것은 편협하고 폐쇄적이며 모난 그의 성정(性情)을 거듭 보여준다. 총선 당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야당 후보들의 막말을 공격하면서 “막말의 기저에는 증오가 깔려 있다. 증오와 막말은 슬프도록 소모적이다”고 개탄했는데, 이 대표부터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그의 말에는 오만과 독선을 넘어 ‘도그마(dogma: 이성적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강령)’가 깔려 있다는 지적도 많다. 2년 전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측 인사들에게 한 말이 그랬다. “우리가 정권을 뺏기면 (교류를) 못하기 때문에 제가 살아있는 한 절대 안 뺏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한 발언 말이다. 북한에 가서 그런 말을 왜 했는지를 떠나 ‘제가 살아있는 한’ ‘절대’ 따위의 모진 표현에 섬뜩함을 느꼈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