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 선방론’을 들고나오며 올 3분기(7~9월) 경기 반등을 자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국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큰 폭으로 성장이 후퇴한 것에 비해 기적 같은 선방을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각종 경제지표도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여 지금부터가 경제 반등을 이뤄낼 적기”라고 했다. 지난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 경제는 3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인식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1분기 대비 -3.3%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8%) 후 가장 낮았다. 한국은행 예상치(-2%대 중반)를 크게 밑도는 ‘성장률 쇼크’였다. 같은 기간 미국(-9.9%), 일본(-8.5%) 등의 성장률 추락보다는 덜했지만 3.2% 성장을 달성한 중국과 비교하면 ‘기적 같은 선방’이라고 말할 수 없다. 특히 수출이 2분기에 16.6% 감소해 56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것은 치명적이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살포로 민간소비가 1.4% 늘긴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 것이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글로벌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데다 미·중 갈등도 악화일로여서다.

경제지표 중 거의 유일하게 오르고 있는 것은 주가와 집값 정도다. 이것을 경기회복 신호로 착각해선 안 된다. 시중에 풀린 과잉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흐르지 않고 자산투자로만 쏠린 결과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에 나서 지난 3개월간 시중통화량은 100조원 가까이 팽창했지만 투자와 소비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풀린 돈이 실물경제에 얼마나 활기를 불어넣는지 보여주는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가 사상 최저 수준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실물과 괴리된 주가와 집값은 오히려 ‘거품’이 돼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정확하고 냉철해야 한다. 경제 실상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에 솔직히 설명해야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특히 그렇다. 어려운 상황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였겠지만 ‘근거 없는 낙관’은 정부의 안이한 판단과 대응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그것이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자칫 진짜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