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철비2' 정우성, 정치 프레임에 대처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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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2' 정우성, 한경재 대통령 역
"대통령 외롭고 고독한 직업, 공심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반도가 주인공인 영화, 신박한 시리즈물"
"대통령 외롭고 고독한 직업, 공심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반도가 주인공인 영화, 신박한 시리즈물"
"'강철비2' 제안이 들어왔을 때, 양우석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감당할 수 있겠냐'고."
배우 정우성에게 돌아온 대답은 "너여야만 한다"였다. 사회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정우성은 남들과는 다른 고민을 안고 있었다.
29일 개봉한 '강철비2:정상회담'(양우석 감독)은 2017년 개봉된 '강철비1'의 상호보완적 속편이다. 전편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일반적인 속편과는 달리, 중국이 패권국가로 부상하면서 심화된 미중 갈등의 가운데 놓인 한반도라는 확장된 시야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영화다.
북한 내 쿠테타가 주요 소재였던 '강철비'와는 달리 '강철비2'는 중국, 일본과 뒤얽혀 일어난 정변이라는 점이 확장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한 정우성은 어렵게 성사된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북한 핵잠수함에 감금된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 위원장(유연석)과 미국 대통령 (앵거스 맥페이든) 사이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한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이자, 난민과 관련된 소신 발언으로 이슈가 됐던 정우성은 남북관계, 한반도가 주인공인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이 작품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강철비2'는 제3의 입장과 시선이 개입될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낸 직설적 화법의 영화"라고 설명했다. 출연 제안을 받은 후 부터 정우성은 장고했다. 한번도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신에게 덧씌워진 '정치 프레임' 때문이다.
"제가 무엇을 하든 그런 정치적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이 영화에 얹혀지면 험난한 길을 가게 될텐데…라고 생각했죠.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편향된 의식을 영화에 주입시켜서 만들 필요도, 필요성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시선이 개입될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제가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럼에도 '강철비2'에 출연한 이유는 아이디어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정말 똑똑한 기획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시리즈물은 히어로나 코미디 장르 정도있다. '강철비'의 경우엔 1편과 2편이 다른 장르에, 캐릭터거든요. 스토리 자체에도 연속성이 없고요. 이런 기획은 한국에서 처음인 것 같았어요.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맞아, 한반도가 주인공이잖아'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박하다'고 느꼈죠."
'강철비2'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에 대한 애정도 컸다. 양 감독은 2013년 영화 '변호인'으로 입봉해 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괴물 감독이다. 그는 웹툰 '강철비:스틸레인' 부터 2017년 '강철비'(누적관객수 445만 명), 2020년 '강철비2:정상회담'를 내놨다.
정우성은 "양우석 감독의 발전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완성본이 그의 발전을 입증하는 것 같다. 편집, 사운드의 믹싱 등에서 종합적으로 느껴졌다. 현장에선 1편보다 초조해 보이기도 했다"며 웃었다. 대통령 역을 처음 연기해본 소감에 대해 정우성은 "쉬운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통령이란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정말 외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경재 대통령은 끊임없이 공심(公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공심을 버리고 사심에 치우치고, 사심이 공심인 척 착각에 빠져선 됩니다."
극중 정우성의 스피치 일면 일면에서 전현직 대통령의 '향기'가 묘하게 났다. 이에 대해선 그는 선을 그었다. "극중 북한, 미국의 정상들 사이에서 굉장히 조심스러운 입장이에요. 연기하면서는 그 입장을 더 생각한 것 같습니다. 단 연설 자료는 살펴봤어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말이에요. 어떤 인식을 갖고,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 연설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대통령이란 무엇일까'하고 묻자 정우성은 "대통령은 누군가를 대변하는 권력"이라며 "공심에 대해 끊임없이 되물어야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개봉에 앞서 열린 시사회에서 눈시울을 붉힌 것에 대해 정우성은 "영화를 보고 영화가 전하는 스토리와 의미보다 여러 벅찬 기분이 들었다"면서 "분단된 역사 속에서 우리는 불행에 대해 외면하기도 했고, 망가지기도 했고, 이용하기도 했다. 여러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털어놨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꾸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아요. 이 영화를 하며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도 많고요. 따로 조사하냐고요? 양우석 감독이 전문가라 물어보면 다 알아요. (웃음) 우리 국민에게 역사 교육이 많이 배제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근현대사를 알아야 우리의 뿌리를 알 수 있는데 말이죠. 한반도 분단국가에 사는 국민이라면 아픔의 DNA는 남아있을 거예요. 영화를 보고 답답함을 느끼고, 그 마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까요?"
정우성의 '강철비2'는 얄궂게도 절친인 이정재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일주일차 개봉하게 됐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시국에 극장에 영화가 걸리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각자 가져갈 수 있는 호응과 사랑을 충분히 받았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배우 정우성에게 돌아온 대답은 "너여야만 한다"였다. 사회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정우성은 남들과는 다른 고민을 안고 있었다.
29일 개봉한 '강철비2:정상회담'(양우석 감독)은 2017년 개봉된 '강철비1'의 상호보완적 속편이다. 전편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일반적인 속편과는 달리, 중국이 패권국가로 부상하면서 심화된 미중 갈등의 가운데 놓인 한반도라는 확장된 시야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영화다.
북한 내 쿠테타가 주요 소재였던 '강철비'와는 달리 '강철비2'는 중국, 일본과 뒤얽혀 일어난 정변이라는 점이 확장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한 정우성은 어렵게 성사된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북한 핵잠수함에 감금된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 위원장(유연석)과 미국 대통령 (앵거스 맥페이든) 사이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한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이자, 난민과 관련된 소신 발언으로 이슈가 됐던 정우성은 남북관계, 한반도가 주인공인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이 작품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강철비2'는 제3의 입장과 시선이 개입될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낸 직설적 화법의 영화"라고 설명했다. 출연 제안을 받은 후 부터 정우성은 장고했다. 한번도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신에게 덧씌워진 '정치 프레임' 때문이다.
"제가 무엇을 하든 그런 정치적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이 영화에 얹혀지면 험난한 길을 가게 될텐데…라고 생각했죠.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편향된 의식을 영화에 주입시켜서 만들 필요도, 필요성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시선이 개입될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제가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럼에도 '강철비2'에 출연한 이유는 아이디어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정말 똑똑한 기획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시리즈물은 히어로나 코미디 장르 정도있다. '강철비'의 경우엔 1편과 2편이 다른 장르에, 캐릭터거든요. 스토리 자체에도 연속성이 없고요. 이런 기획은 한국에서 처음인 것 같았어요.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맞아, 한반도가 주인공이잖아'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박하다'고 느꼈죠."
'강철비2'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에 대한 애정도 컸다. 양 감독은 2013년 영화 '변호인'으로 입봉해 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괴물 감독이다. 그는 웹툰 '강철비:스틸레인' 부터 2017년 '강철비'(누적관객수 445만 명), 2020년 '강철비2:정상회담'를 내놨다.
정우성은 "양우석 감독의 발전을 보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완성본이 그의 발전을 입증하는 것 같다. 편집, 사운드의 믹싱 등에서 종합적으로 느껴졌다. 현장에선 1편보다 초조해 보이기도 했다"며 웃었다. 대통령 역을 처음 연기해본 소감에 대해 정우성은 "쉬운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통령이란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정말 외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경재 대통령은 끊임없이 공심(公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공심을 버리고 사심에 치우치고, 사심이 공심인 척 착각에 빠져선 됩니다."
극중 정우성의 스피치 일면 일면에서 전현직 대통령의 '향기'가 묘하게 났다. 이에 대해선 그는 선을 그었다. "극중 북한, 미국의 정상들 사이에서 굉장히 조심스러운 입장이에요. 연기하면서는 그 입장을 더 생각한 것 같습니다. 단 연설 자료는 살펴봤어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말이에요. 어떤 인식을 갖고,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 연설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대통령이란 무엇일까'하고 묻자 정우성은 "대통령은 누군가를 대변하는 권력"이라며 "공심에 대해 끊임없이 되물어야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개봉에 앞서 열린 시사회에서 눈시울을 붉힌 것에 대해 정우성은 "영화를 보고 영화가 전하는 스토리와 의미보다 여러 벅찬 기분이 들었다"면서 "분단된 역사 속에서 우리는 불행에 대해 외면하기도 했고, 망가지기도 했고, 이용하기도 했다. 여러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털어놨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꾸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아요. 이 영화를 하며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도 많고요. 따로 조사하냐고요? 양우석 감독이 전문가라 물어보면 다 알아요. (웃음) 우리 국민에게 역사 교육이 많이 배제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근현대사를 알아야 우리의 뿌리를 알 수 있는데 말이죠. 한반도 분단국가에 사는 국민이라면 아픔의 DNA는 남아있을 거예요. 영화를 보고 답답함을 느끼고, 그 마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까요?"
정우성의 '강철비2'는 얄궂게도 절친인 이정재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일주일차 개봉하게 됐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시국에 극장에 영화가 걸리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각자 가져갈 수 있는 호응과 사랑을 충분히 받았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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