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개인과 기업의 ‘달러 사자’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한동안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손실에도 계속되는 달러 매수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지난 2월 말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한 2월 달러당 119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3월 19일 달러당 1280원70전까지 오르며 2016년 1월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5대 은행 달러화 예금 잔액도 2월 말 368억달러에서 3월 말 433억달러로 대폭 늘어났다.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3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과 미국의 계속된 양적 완화 정책으로 최근에는 달러당 1190원대로 가라앉았다.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도 예고돼 있어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 손실에도 계속되는 '달러 사자' 열풍
환차손 우려에도 국내 달러화 예금 잔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469억달러였던 5대 은행 달러화 예금 잔액은 지난 26일 기준 478억달러로 약 한 달 새 9억달러가량 늘었다. 증가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기업과 개인들이 꾸준히 달러화 예금에 가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4월 달러당 1240~1250원대 달러화 예금에 가입한 사람들은 현재 약 5~6%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지만 예금 잔액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예금이 ‘자산 배분 기본’

5대 은행 달러화 예금 금리는 최고 연 0.05%(3개월 이상 기준)에 불과하다. 1~2년 전 주던 연 1% 안팎의 ‘쥐꼬리 이자’도 최근엔 없어지다시피 했다. 예금을 원화로 찾아 쓸 때 발생하는 환전 수수료조차 건지기 힘든 수준이다.

낮은 금리에도 달러를 사려는 수요는 여전하다. 코로나19 사태로 달러화를 비축해 놓으려는 수출기업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당장의 평가 손익에 연연하지 않고 달러화를 보유하려는 개인도 눈에 띄게 늘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자산 배분’에 신경 쓰기 시작한 개인들이 ‘포트폴리오의 기본’으로 달러예금에 가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희정 농협은행 NH올백자문센터 센터장은 “미국 대선과 추가 양적 완화 여부, 미·중 갈등 등 아직 환율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적지 않다”며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환율대별로 분산 투자하려는 대기 자금도 많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상대적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늘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