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셴룽 "美, TPP 재가입 등 親아시아 정책 필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사진)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중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이 개최한 웨비나(온라인 세미나)에 참석해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과의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리 총리는 “미 대선이 있을 때마다 두 강대국이 충돌하곤 했는데, 선거 이후 곧바로 안정을 되찾았다”며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이 초당적으로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지금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 총리는 “글로벌 환경엔 좋지 않은 징조”라고 우려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과 모두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리 총리의 설명이다. 리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지역 안보에 이해관계가 별로 없다고 여기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미군 주둔 비용을 더 요구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아시아 국가들이 (미군 대신) 스스로를 지키도록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미국은 아시아와의 유대 관계 등에서 예측 가능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직후 탈퇴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재가입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 리 총리는 “최근 5세대(5G) 네트워크 장비 입찰 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았다”며 “어떤 보안 시스템도 100% 안전하지 않은 만큼 화웨이와의 협력을 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와 관련해선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리 총리는 “홍콩이 안정적이고 조용한 도시가 되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