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끝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시간의 문제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고, 멈출 수도 없다. 시간 앞에 우리의 기억은 무기력하다. 세월이 가면 과거 모든 경험과 사건은 마치 저 사진 속 사물들처럼 그 형태와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같은 일을 겪고서도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의 유한성을 시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물을 이렇게 담아냈다. 세상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시골 정미소를 피사체로 삼아 시간의 흐름 속에 흐려져가는 모든 사물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소공헌갤러리 10월 23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