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달 초 다주택 고위공무원들에게 주택 처분을 요구한 이후 공직 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 총리의 주택 처분 요구는 국장급(2급) 이상 고위공무원을 ‘겨냥’한 것이지만 과장급(3~4급) 다주택자들도 걱정이 크긴 마찬가지다.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29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3급(부이사관) 또는 4급(서기관)이 맡고 있는 중앙부처 과장 중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공무원들이 주택 매각 여부를 저울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3급 승진을 앞두고 있는 한 정부 부처의 A과장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혹시 비공식적이라도 다주택 상황이 승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게 아닐지 걱정”이라며 “1주택만 남기고 다른 주택을 모두 팔아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장 승진을 앞둔 한 경제부처의 B과장은 “국장이 되면 결국 매각해야 해 서울 강남 주택을 파는 게 어떠냐고 아내에게 말했는데 강하게 반대했다”며 “아내를 끝내 설득하지 못하면 승진을 포기하고 공직을 떠나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 또 다른 부처의 C과장은 “정부가 바뀌거나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고위공무원의 다주택 처분 원칙도 바뀌지 않겠느냐”며 “일단 몇 년간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했다.

세종시 공무원 중엔 국·실장급 고위공무원은 물론이고 과장급 중에서도 다주택자가 적지 않다. 서울 등 수도권에 살던 집을 보유한 상황에서 세종시에서 ‘공무원 특별공급 분양’을 받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처럼 기존 수도권 집에는 가족이 살고 있어 처분이 어렵고 세종시 분양 아파트는 전매 제한 등에 걸려 있는 경우도 많다.

홍 부총리는 원래 갖고 있던 경기 의왕시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으로 정리했지만 많은 공무원들은 가족의 반대 등에 부딪혀 이런 결정을 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8일 경기도 4급 이상 지방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94명을 특정해 실거주용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소유 주택을 연말까지 처분하지 않으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해 공무원 사회는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지방에서도 4급 이상이 주택을 파는데 중앙정부도 결국 비슷하게 기준이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