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먹는 하마’란 비판을 받아온 용인경전철(사진) 사업을 추진했던 전직 용인시장 등과 부실한 수요 예측보고서를 제출한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대해 주민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김학규·서정석·이정문 전 용인시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사실상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2013년 소송이 제기된 지 7년 만이다.

용인시는 2010년 민간자본 투자방식으로 1조32억원을 투입해 경전철을 완공했다. 하지만 캐나다 시행사와 법적 다툼을 벌이느라 개통이 3년 늦어졌고, 관련 국제중재재판에서도 패소해 8500억원을 배상했다. 개통 이후엔 이용객이 적어 적자가 지속됐다. 용인시 재정부담이 가중되자 주민들은 소송을 냈다.

1·2심에선 사실상 주민들이 졌다. 1·2심은 주민들의 청구금액(1조원)에 한참 못미치는 5억여원과 10억여원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을 각각 인정했다. 법원은 ‘형식’을 문제 삼았다. 주민소송의 경우 주민감사청구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주민들이 제기한 주민소송 대상이 주민감사 청구 내용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 청구를 기각 및 각하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주민소송의 대상은 주민감사를 청구한 사항과 반드시 동일할 필요는 없고, 관련이 있으면 충분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또 원심과 달리 한국교통연구원도 주민소송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사실상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만큼 피고들이 상당한 액수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