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진하는 ‘항공정비(MRO)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항공산업 집적지인 경남 사천시가 항공MRO사업을 추진하는 시점에 사업이 겹쳐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국가 균형발전에도 어긋난다는 취지에서다.

도는 29일 박종원 경제부지사 주재로 경남테크노파크 항공우주센터에서 항공MRO 기업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정리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도와 사천시는 물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서비스(KAEMS) 등 항공MRO 관련 주요 기업이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남동구을)은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항공기정비업·교육훈련사업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회의에서 박 부지사는 “국내 항공MRO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정부가 지정한 항공MRO사업자가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항공MRO사업은 기본적으로 민간 사업 영역이며, 해당 법을 개정하는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설립 목적에도 맞지 않고 MRO사업에 대한 중복 투자 및 국가 균형발전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도는 앞으로 중앙부처를 방문하고 지역 국회의원 등을 만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사업 추진을 막기로 했다.

사천에서는 반발 기류가 높아지면서 인천의 항공MRO사업 탈취 의도를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박정열 도의원(사천)은 “사천의 항공MRO사업은 2015년부터 충북 청주시와의 치열한 유치 공방 끝에 이뤄낸 노력의 결과”라며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을 통한 항공MRO사업 탈취 사태는 지자체 간 불필요한 갈등과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남도의회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 반대 건의안을 통과시켜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회, 관계부처 등에 전달했다.

경상남도와 사천시는 사천읍 용당리 일원 14만9628㎡에 1000억원을 투입해 용당일반산업단지(1~2단계)를 조성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항공MRO 능력 다각화와 군용기 정비를 위해 ‘항공MRO 전용 산업단지(3단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천은 항공기 엔진·날개·구조물 등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항공산업 집적지로 2017년 말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MRO산업의 최적 입지로 평가받아 KAI가 사업자로 지정됐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