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이 '난기류'에 빠졌다. 국내 첫 항공사간 기업 결합으로 주목받았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는 끝내 무산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없던 일이 되거나 국유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에서도 항공사 M&A는 뜨거운 관심사다. 극심한 '수요절벽'에 빠진 항공사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M&A에 나설 수 있어서다. 해외 항공사 관련 M&A 소식을 정리했다.
소문만 무성한 글로벌 항공사 M&A [박상용의 글로벌 M&A]
중동에서는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의 M&A 소문이 무성했다. 두 항공사가 합칠 수 있다는 루머는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나온 얘기다. 이번에도 코로나19발(發) 재정난에 시달리는 에티하드를 에미레이트가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하게 제기됐다. 에티하드는 지난 3년간 47억달러의 손실을 입는 등 위기를 겪고 있었다.

급기야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 최고경영자(CEO)가 진화에 나섰다. 클라크는 미국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사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하지만 에티하드와 합병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에티하드와 다양한 협력을 하겠지만 각자 독자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4월부터 세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와 말레이시아항공의 M&A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모하메드 아즈민 알리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 장관을 인용해 두 항공사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없던 일이 됐다. 말레이시아항공을 소유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고위 관계자는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두 회사는 사업 모델과 기업 문화 모두 다르다"며 "말레이시아에는 대형항공사(FSC)인 말레이시아항공과 LCC인 에어아시아가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두 회사가 적당한 경쟁 관계에 있어야 항공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앞으로도 글로벌 항공업계에선 다양한 M&A 움직임이 관측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글로벌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3~4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파산 위기에 내몰린 항공사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중남미 1·2위 항공사인 라탐항공과 아비앙카항공, 멕시코 2위 아에로멕시코, 태국 국영항공사 타이항공 등은 이미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벼랑 끝에 몰린 항공사들은 '버티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과 사업 구조를 효율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는 과당경쟁이 해소되고 항공업계가 재편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위기에서 생존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항공사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