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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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최고 수준 경계인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지 30일로 6개월이다. 전세계적으로 확진은 약 1600만 건이 보고됐고, 그 중 64만여명이 사망했다. 피해가 컸지만 끝이 언제인지는 여전히 가늠이 힘든 상황이다. 최근 6주새 확진자 수가 거의 2배로 늘어나는 등 오히려 팬데믹은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경제에도 깊은 상처가 생겼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났다. 성장률 추락은 '경제의 창'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세계 증시는 큰 폭의 동반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나라별 지역별로, 또 개별 경제단위의 특성에 따른 주식시장이 보이는 반응도 상당히 다르다. 지난 6개월 세계 각국의 주가 움직임을 비교분석하는 일은 향후 6개월의 변화를 예측하고 전략을 짜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일이다.

팬데믹 경제의 승자는 동아시아, 패자는 유럽

팬데믹 6개월의 증시등락률을 보면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주식시장의 흐름이 독보적이다. 중국 상하이증시는 팬데믹 와중에 8.4%나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전세계 증시중 가장 양호한 흐름이다. 중국 경제권인 대만이 3.9% 상승률로 뒤를 이었다. 한국의 코스피 역시 3.7% 오르는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동아시아권에서는 일본 증시가 나홀로 하락했다.하지만 하락률은 2.4%로 크지 않았다.

동아시아권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지역 증시는 뚜렷한 약세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필리핀은 팬데믹 6개월 동안 20.6% 급락했다. 싱가포르(-18.8%) 베트남(-18.0%) 증시의 하락률도 20%에 육박한다. 인도네시아 홍콩 주식시장도 각각 -16.4%, -11.4%로 두자릿수 내림세를 보였다.
팬데믹에 가장 취약한 증시는 유럽이었다. 스페인(-24.1%) 영국(-18.2%) 이탈리아(-17.4%) 프랑스(-17.1%) 등 유럽 주요국의 주식시장은 일제히 20% 안팎의 폭락세를 기록했다. 유럽 증시 중에서는 독일과 스위스의 하락률이 각각 -3.9% -4.7%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코로나 상황이 가장 심각한 미국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S&P500지수 하락폭을 1.1%로 막아냈다.

제조강국 증시의 동반 강세 vs 관광·내수국의 추락

세계 증시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제조업 비중이 높은 '제조 강국'이 가장 잘 버티고 있다는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하게 된다. 동반강세를 보인 동아시아권의 한국 중국 대만은 모두 세계에서 알아주는 제조업 대국들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7.8%로 세계최고로 꼽힌다. 유사한 경제 구조를 가진 독일(21.6%), 일본(20.8%)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제조업 비중이다.한국 다음으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 증시의 6개월 성적표도 -3.9%로 양호한 편이다. 손실을 입긴 했지만 유럽 주요국 증시중에서는 하락폭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전통의 제조업 강국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내리긴 했지만 하락폭은 2.4%에 그쳤다.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는 한국 독일 일본 중국과 함께 미국을 포함시켜 '제조 경쟁력 상위 5국'으로 분류한다. GDP대비 11.6%의 제조업 비중을 지닌 미국은 주가 하락률을 1.1%로 방어해냈다. 제조업 비율이 아주 높지은 않지만 첨단제조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점이 증시에 하방경직성을 부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과 함께 유럽증시에서 가장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스위스 역시 제조업이 강한 나라다. 스위스 SMI 지수의 6개월 등락률을 -4.7%다.

팬데믹 6개월의 세계증시 움직임은 '제조업이 탄탄한 나라가 경제위기에 강하다'는 통설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는 앞으로 경기 반등국면이 전개될 경우의 증시반응도 제조강국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나타날 것임을 시사한다. 제조업과 기술기업을 보유한 나라에서는 코로나 이후 ' V자형' 경기 회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관광산업이나 내수산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L자형'의 경기곡선을 그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위기는 뼈아픈 손실을 안기지만,세상 보는 눈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