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29일(현지시간) 대형 IT(정보기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청문회가 처음 열린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는 중국 등과 경쟁하는 자랑스라운 미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상중계 방식으로 개최됐다.

저커버그 CEO는 “우리는 민주주의와 경쟁, 언론의 자유와 같은 가치를 굳게 믿고 있다”며 “이런 우리의 가치가 승리할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가치를 갖고 있는 중국이야말로 자신들의 비전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커버그의 이런 호소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페이스북이 독점력을 강화하고 또 경쟁사 기술을 베끼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민주당의 프라밀라 자이어팔 의원은 ‘경쟁사 대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이고 민첩한(aggressive and nimble) 전략을 추구한다’는 페이스북 임원들 사이의 내부 이메일을 인용하며 “페이스북이 경쟁사 기법을 베껴온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저커버그 CEO는 “확실히 우리는 경쟁사 기법을 수용했다”고 수긍했다.

이번 청문회에선 페이스북의 2012년 인스타그램(인수가격 7억1500만달러) 및 2014년 왓츠앱(220억달러) 인수가 적절했는 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당시 인스타그램은 사진 공유, 왓츠앱은 메신저 시장에서 각각 페이스북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였다.

저커버그 CEO는 “인스타그램 및 왓츠앱이 모두 페이스북의 경쟁자들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당시 연방정부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인수가 허가 됐던 사안들”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 CEO는 청문회 내내 “페이스북이 독점적 지배권을 가진 기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메신저는 아이메신지다. 가장 빨리 성장하는 앱은 틱톡이다. 가장 인기있는 영상 서비스는 유튜브다. 성장성이 가장 높은 광고 플랫폼은 아마존이다. 최대 광고 플랫폼은 구글이다. 미국 내에서 집행되는 광고 1달러 중 10센트 미만이 페이스북에 들어오고 있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많은 영역에서 경쟁사에 뒤처져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