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진웅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 부장검사는 전날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한 검사장의 유심칩에 대한 압수영장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 부장이 물리력을 동원해 한 검사장을 직접 제지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수사팀은 오후 1시30분경 현장에서 유심칩을 확보해 분석을 마치고 오후 4시께 돌려줬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는 말이 많다. 유심칩을 압수수색할 경우 보통 포렌식 분석을 위해 현장에서 들고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제대로 된 분석에만 통상 1~2주가 걸린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부장검사가 압수수색 현장에 직접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며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받은 이튿날 이른 오전에 집행하기 위해 나서는데, 지난 23일에 발부받은 영장을 유효기간인 일주일이 다 된 시점에서야 집행하려고 나선 것도 원론적으론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는 “3시간 밖에 안 걸렸다는 것은 (한 검사장의) 유심이 의미 있는 데이터 자체가 거의 없는 사실상 ‘텅 빈 유심’이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기종에서는 사용자의 설정에 따라 유심에 문자메시지나 전화번호 내역 등이 저장될 수 있다. 하지만 한 검사장은 유심에 이 같은 저장을 할 수 없는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당초 수사팀의 유심 압수 계획이 허탕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컸다는 얘기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이 앞서 압수한 한 검사장의 또다른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몰라 분석을 못하고 있는 등 증거 확보가 여의치 않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유심이라도 들여다보려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형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또다른 법조인은 “녹음 파일이나 사진 등 중요 정보는 유심칩이 아닌 휴대폰 메모리에 저장된다는 건 상식이지 않냐”며 “담당 부장검사의 경험 부족에서 나타난 실수처럼 보인다”고도 해석했다.
일각에선 수사팀의 목표가 유심이 아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 부장이 비밀번호가 해제된 한 검사장의 휴대폰을 뺏기 위해 ‘데이터 초기화 우려’라는 석연찮은 이유를 대며 한 검사장이 암호를 푼 순간 그를 덮친게 아닌지 의심된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수사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법원은 지난 26일 검찰이 위법하게 이 전 채널A 기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수색했다고 지적하며 영장을 취소했다. 24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을 권고했지만, 수사팀은 이를 무시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 검사장을 폭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정 부장은 서울고검으로부터 감찰을 받게 된 상황이다.
한편 한 검사장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사팀이 허위 음해 공작에 관련돼 있다면, 그 수사팀으로부터 수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중앙지검 핵심 간부가 한 검사장을 음해하는 KBS 보도에 직접 관여했고 수사팀의 수사자료를 본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 출석 일정을 재조정했다”고 말했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