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위기에 처했다. 조양래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 회장의 성년후견인을 선임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면서다. 지난달 조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보유 지분 전체를 넘긴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하자는 취지다.

조 이사장 측은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의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년에게 후견인을 선임해주는 제도다.

조 이사장 측은 “조 회장은 평소 보유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다”며 “평소 신념과 너무 다른 결정(조 사장에게 주식 매각)이 갑작스럽게 이뤄져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 회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조 회장의 신상보호와 재산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은 조 회장의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6일 둘째 아들인 조 사장에게 보유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체(23.59%)를 2446억원에 넘겼다. 이를 통해 조 사장의 지분율은 42.90%가 됐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첫째 아들인 조현식 부회장이 차녀인 조희원 씨 등과 힘을 합치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두 사람 모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각각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19.32%와 10.82%를 보유하고 있다. 조희원 씨는 “회사 경영에 관여할 생각이 없고, 특정 인물을 편들 생각은 더더욱 없다”는 뜻을 주변에 밝히기도 했다.

조 이사장의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가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려면 조 부회장과 조희원 씨가 동참해야 한다.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의 4남매 중 첫째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보유 지분이 0.83%에 불과하다. 조 부회장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