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적 이슈가 커질 때 '실검 전쟁'
최근 6·17 부동산 정책 이후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실검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실검 챌린지를 주도하는 것은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등 온라인 커뮤니티다. 이들은 이달 초부터 특정 키워드를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리는 방식으로 온라인 시위를 진행해 왔다.운영진이 특정 실검 키워드를 공지하면, 회원들은 오후 2~4시 포털 사이트에서 이 키워드를 집중적으로 입력한다. 이들은 지난달 1일 ‘김현미 장관 거짓말’ 문구를 검색어 순위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매일 오후 2~4시 집중적으로 특정 문구를 입력하고 있다. ‘6·17 위헌 서민의 피눈물’ ‘문재인 지지철회’ ‘소급위헌 적폐정부’ ‘조세저항 국민운동’ ‘3040 문재인에 속았다’ ‘나라가 니꺼냐’ ‘문재인 내려와’ 등이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정부 지지층은 여기에 대응하는 ‘문재인 힘내세요’를 실시간 검색어로 올렸다. 실검 챌린지는 정치·사회적 이슈가 커질 때마다 나타났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서도 진영 간 실검 대결이 벌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으로 내정됐던 8월부터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12월 말까지다. 정부 지지 진영에선 ‘조국힘내세요’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반대 진영에선 ‘조국사퇴하세요’ ‘조국파면’ 등으로 세를 과시했다.
계속되는 실검 전쟁 속에서 포털 다음은 지난 2월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전면 폐지하기도 했다. 다음 측은 “실시간 이슈 검색어가 자연스러운 결과를 보여주고자 하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기간 동안 실검 표출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개인의 관심이 반영되도록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실검도 표현 수단"
전문가들은 실검이 대중들의 표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상우 연세대 교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언론사에 의한 의제 설정이 그간 주류를 이뤘다면 실검은 일반인에 의한 의제설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언론사가 많이 보도하고 신문 지면에 배치되는 순서에 따라 중요도를 보여준다면, 검색어는 대중이 포털을 통해 의제를 주도해 나가는 형태의 하나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네이버도 매크로가 아닌 사람이 직접 검색어를 입력하는 행위는 하나의 의사표시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마케팅 검색어나 팬클럽의 검색어 등 각종 카테고리별로 실검 순위 올리는 것은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것은 개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며 별도의 조치를 네이버가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