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으며 동백꽃도 피고 지고 울고 웃었네~ '엘레지 여왕'의 노래 60년
2019년은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가 유행가 가수로 살아온 지 60년이 되는 해였다. 열아홉 살 풋처녀가 79세가 됐다. 열아홉 살에 ‘열아홉 순정’을 불렀고, 일흔아홉 살에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로 60주년 기념 무대에 섰다. 이미자는 한국 유행가의 역사이고, TV 시대의 역사다. 흑백TV는 1956년, 컬러TV는 1980년에 처음 방송됐는데, 이미자가 노래하는 영상을 되돌리면 TV의 음향·효과·조명·무대장치·의상·녹음·기획·연출·진행 등 모든 것이 역사의 궤로 펼쳐진다.

내 인생 황혼 길에/ 잠시 멈춰 회상해 보니/ 지금까지 걸어 온 길/ 감사한 일뿐이어라/ 아팠던 순간조차도/ 황혼 길에 붉게 물들면/ 내 노래가 피어나는 향기로운 꽃과 같아라// 우리의 눈물은 이슬 되어/ 꽃밭에 내리고/ 우리의 아픔은 햇빛 되어/ 꽃을 피웠네/ 아~ 이 역사의 뒤안길을 함께 걸으며/ 동백꽃도 피고 지고 울고 웃었네.(가사 일부)

이미자는 60년간 유행가만 불렀다. 1941년생, 엘레지의 여왕. 그녀는 데뷔 60주년 기자회견에서 “술집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녔고, 서구풍 노래로 바꿔볼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꾹 참고 견뎠다”며 전통가요를 지켜낸 자부심도 밝혔다. 그녀는 1958년 HLKZ(KBS) TV 콩쿠르 예능 로터리에서 1등을 하며 작곡가 나화랑(1921~1983, 본명 조광환, 김천 출생, 고려성의 친동생)의 눈에 띄었다. 한국에 TV가 흑백으로 방영되기 시작한 지 2년째였다. 이듬해 나화랑 작곡, 반야월 작사 ‘열아홉 순정’을 불렀다. 그녀는 1990년까지 음반 560장, 노래 2000여 곡을 발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음반과 노래를 취입한 가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1973년 베트남 주둔 한국군 위문공연, 2002년 평양 단독공연 등도 그녀가 남긴 최초 기록들이다. 그녀의 3대 히트곡이 금지곡으로 묶여버린 시련도 있었다. ‘동백 아가씨’는 왜색, ‘섬마을 선생님’은 표절, ‘기러기 아빠’는 청승맞은 처량함이 금지 이유였다. 그녀의 60주년 신곡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는 시인 김소엽이 작사하고 장욱조가 곡을 얽었다. 50주년 공연(세상과 함께 부른 나의 노래)도 장욱조와 함께했었다. 김소엽(金小葉)의 본명은 김광자(金光子)다.

함께 걸으며 동백꽃도 피고 지고 울고 웃었네~ '엘레지 여왕'의 노래 60년
유행가는 인류학적 융복합물이다. 노래가 탄생한 시대 이념과 사람들의 감성을 담은 그릇, 역사가 빚어 놓은 막사발이다. 노랫말은 바로 그 시대 삶의 인류학적 생태환경이다. 그렇게 지어져서 백년, 천년을 간다. 서양음악의 맛이 가락의 선율에 있다면, 우리 유행가의 매력과 마력은 노랫말에 있다. 흙 돌담장에 칭글칭글 감겨 있는 호박넝쿨 같은 토박함이여.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노래는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동백 아가씨’만 불렸다. ‘하수의 무리수’팀이 부른 노래다. 왜, 우리 유행가 트로트의 전설, 이미자의 노래가 많이 불리지 않았을까. 다시 또 트로트, 2021년에 이 경연이 펼쳐진다면 무슨 노래가 득세할까.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 는 이미자의 인생이다. 한국 대중가수는 얼마나 될까. 음반을 내고 노래를 부른 가수는 기만 명이란다. 그들의 노래 인생이 60갑자를 이어가기를 기원한다. 이미자의 60년처럼.

유차영 < 한국콜마 전무·여주아카데미 운영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