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제주 세인트포G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삼다수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루키’ 유해란(19)의 캐디는 분홍색 조끼를 입었다. 128명에 달하는 나머지 선수들의 캐디가 입은 조끼는 파란색. 분홍색 조끼는 디펜딩 챔피언의 권위를 상징한다. 지난해 초청선수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신인 유해란은 내년에도 분홍색 조끼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무서운 샷감으로 드러냈다.

제주에서 이빨 드러낸 루키들

유해란
유해란
올 시즌 첫승 신고를 아직 못한 ‘루키’들이 펄펄 날았다. 1위부터 공동 5위까지 순위에 3명의 신인이 이름을 올렸다. 선봉에는 제주 대회의 강자 유해란이 섰다. 디펜딩 챔피언인 유해란은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중간합계 12언더파 132타로 2위권을 1타 차로 따돌린 단독 선두.

유해란은 신들린 아이언샷을 선보이며 차곡차곡 타수를 줄여나갔다. 실수는 11번홀(파4)에서 4.5m 파 퍼트를 놓친 것이 유일했다. 16번홀(파3)과 17번홀(파4)에서 5m가량 떨어진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1번홀(파4), 9번홀(파4)에선 세컨드 샷을 핀 50㎝ 옆에 붙이며 손쉽게 탭 인 버디를 기록했다.

올 시즌 신인왕 포인트 1위에 올라 있는 유해란은 “초반엔 원하는 곳으로 공이 안 갔는데 천천히 치자는 생각으로 계속했더니 후반에 버디가 많이 나와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며 “신인상과 우승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니 내가 해야 할 것만 잘하면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해란의 독주를 막아선 건 데뷔 동기 신지원(23)이다.

신지원은 이날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쳤다. 중간합계 11언더파 공동 2위. 7언더파는 이날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다. 신지원은 “캐디백을 메준 어머니와 상의하며 치다 보니 성적이 잘 나왔다”며 “2016년 KLPGA에 입회한 뒤 올해 처음 정규투어에 올라왔는데 2부투어에선 익숙한 무관중 경기가 빠른 적응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낸 조혜림(19)이 9언더파 공동 5위로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조혜림 역시 올해가 데뷔 시즌이다. 최근 스윙교정을 하면서 부진에 빠졌던 조아연(20)이 5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11언더파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신인 돌풍에 맞불 놓는 한·미·일 강자들

신지원
신지원
미국, 일본에서 활약한 베테랑들은 노련한 경기 운영을 앞세워 ‘신인 돌풍’ 잠재우기에 나섰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의 전설 이보미(33)와 배선우(26)의 샷도 모처럼 달아올랐다. 배선우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기록하며 중간합계 11언더파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보미는 이날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중간합계 8언더파 공동 9위. 이보미는 “점점 스윙감이 돌아오고 있다”며 “하우스 캐디와 궁합이 잘 맞는 것도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KLPGA투어 2승을 수확한 ‘유턴파’ 장하나(28)가 9언더파 공동 5위에 올라 루키들을 압박했다. 14번홀(파4)에서 95m 웨지샷으로 이글을 기록하며 전반에만 5타를 줄였던 장하나는 후반에 퍼트감이 흔들렸다.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도 3개를 내줬다. 한진선(23)이 11번홀(파4)까지 3타를 덜어내 공동 5위 그룹에 진입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신인왕 ‘핫식스’ 이정은(24)도 이날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추가하며 중간합계 8언더파를 기록해 선두권에 올랐다.

제주=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