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양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의 올해 2분기 순손실 합계가 역대 최악인 2300억엔(약 2조6236억원)을 기록하면서 10년째 이어진 ‘ANA-JAL 통합론’에 또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 시장의 크기를 감안할 때 대형 국적 항공사는 하나로 충분하다는 게 통합론의 근거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대형 국적 항공사가 둘 이상인 나라는 일본과 한국, 대만, 필리핀 정도다. 러시아, 캐나다, 영국, 독일, 호주 등 대부분 나라는 대형 국적 항공사가 한 곳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아예 국적 항공사를 합쳤다.

일본의 항공담당 관료는 최근 요미우리신문에 “(두 회사의 중복 노선이 많아서) 국제선은 당장 통합해도 독점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2년 JAL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 국제선 노선을 ANA에 통합하는 방안이 논의된 적도 있다. 두 항공사 모두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없어 경영권 기반이 탄탄한 편이 아니다. ANA는 나고야철도(2.18%)와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1.15%) 외 금융회사들이, JAL은 교세라(2.26%)와 다이와증권(1.48%) 외 금융회사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JAL이 10년간 1만2000명의 인력과 35대의 항공기, 34개 노선을 줄이는 동안 ANA는 급속히 몸집을 불렸다. 2019년 말 기준 매출(ANA 1조9742억엔 vs JAL 1조4112억엔), 종업원 수(4만5849명 vs 3만5653명), 항공기 수(303대 vs 241대), 노선 수(215개 노선 vs 186개 노선) 등 모든 부문에서 ANA가 JAL을 앞선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도 크게 받고 있다.

두 항공사가 당장 경영 파탄 위기에 몰려 정부의 인위적 사업재편 대상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ANA와 JAL은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이 각각 41.4%와 58.9%로 미국과 유럽 대형 항공사의 두 배다. 여객 수요 감소가 이어져도 1년 정도는 경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1~2년 내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가타노자카 신야 ANA 사장도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국내선은 2021년 말, 국제선은 2023년에야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초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을 시작할 때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대한항공과의 통합 아이디어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된 데 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도 어려움을 겪자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및 국유화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대한항공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이다. 항공산업의 지형이 변하고 있는 만큼 일본을 참고로 모든 조합을 시도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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