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려명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려명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 경제가 3년 만에 역성장에서 벗어났다. 농작물 수확량이 늘어난 데다 관광지구에 건물을 새로 올리는 등의 영향이 작용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수준 만큼의 극심한 경제난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2조9189억원으로 전년(32조8030억원) 대비 0.4% 늘었다. 2016년(3.9%) 후 3년 만에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북한은 2016년 11월부터 이어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경제제재의 영향으로 2017년(-3.5%), 2018년(-4.1%)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유엔 안보리가 2016년 11월 북한의 주력 수출품목인 석탄을 비롯한 광물 수출을 막는 내용의 대북 결의안 2321호를 채택한 영향이 컸다. 2018년의 경우 폭염 여파로 곡물 생산이 감소하는 등 흉작을 겪으면서 극심한 가뭄으로 대규모 기근에 시달린 1997년(-6.5%) 후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해 북한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은 농림업(1.4%)과 건설업(2.9%) 생산이 전년에 비해 늘어난 덕분이다. 이동원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극심한 가뭄을 겪던 2018년에 비해 작년의 작물이 늘어나는 등 농림업의 경우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며 "관광지구 개발과 발전소 공사가 늘면서 건설업 생산도 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최대 관광단지인 원산갈마지구 개발 등에 전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6%에 달하는 광공업 생산은 0.9% 감소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했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수출·수입)은 32억4000만달러로 전년(28억4000만달러)에 비해 14.1% 늘었다. 안보리의 비(非)제재 품목인 시계임가공 제품의 교역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지난해 시계·부품 수출은 전년에 비해 57.9% 늘었다. 신발·모자·가발 수출도 43% 증가했다. 남북한 국민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북한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40만8000원으로 추정된다. 한국(3743만5000원)의 26.6분의 1 수준이다. 2018년에는 26분의 1 수준이었다.

지난해 반짝성장세를 나타낸 북한의 올해 성장세는 어둡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에 따르면 올해 북한 경제성장률은 -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1997년(-6.5%) 후 성장률이 최악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만큼 북한 경제도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