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 시대의 도래로, 연 1% 이자의 은행 예금도 찾기 힘들어졌다. 이제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는 필수다.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투자상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가를 통해 들어본다.[편집자주]



"상장지수펀드(ETF)는 변화하는 흐름을 파악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한 산업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기차 시대의 핵심 부품인 2차 전지, 고령화 사회 진행에 따라 성장할 바이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혜를 받는 인터넷 관련 언택트(비대면) 산업 등에 저비용으로 장기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입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부문장은 지난달 24일 ETF 투자를 통한 자산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ETF, 펀드·주식 투자 장점만 쏙…올해 거래대금 급증

ETF는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다.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을 고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과 언제든지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에 매매할 수 있는 주식투자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ETF 시장에도 신규 자금이 쏟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ETF 거래액은 556조1438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 4월에 지난해 누적 거래대금(328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1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부문장은 최근 ETF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ETF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현재의 투자 환경이 절묘하게 맞물린 요인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핸드폰으로 국내외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인터넷 동영상만으로 투자 강의나 전략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액티브(주식형) 펀드매니저에게 자금을 맡기기보다는 자신만의 생각을 바탕으로 ETF에 투자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는 게 김 부문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흐름에 코로나19가 촉매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글로벌 자산이 크게 출렁였을 때, 투자자들은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ETF로 시장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본부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본부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앞으로 중국 시장 반도체·바이오·인터넷 산업 주목"

ETF의 장점은 다양한 자산에 소액으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올 6월말 기준 국내에만 444개의 ETF가 상장돼 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다양한 국내외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판매 중인 주요 ETF 상품의 올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상승률을 살펴보면 TIGER 헬스케어 58.90%, TIGER 2차전지테마 40.88%, TIGER K게임 38.36%를 기록 중이다.

김 부문장은 앞으로 중국 시장의 성장 테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우리가 알고 있던 중국이 아니다"며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반도체 바이오 인터넷 등의 산업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TF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부문장은 "ETF를 통해 단기 투자에 치중하기 보다는 변화하는 사회적 흐름을 파악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한 산업에 투자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버리지·인버스 쏠림현상 우려…"장기투자 환경 기대"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본부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본부장.(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높아진 시장 변동성 속에서 단기 수익 추구를 위해 레버리지와 인버스 등 위험이 큰 상품에 쏠리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레버리지는 기초자산이 오르면 상승률의 두 배 수익이 나지만 반대로 하락할 경우 두 배의 손실이 나는 상품이다. 반대로 인버스 상품은 기초자산이 하락할 경우 수익을 얻고 상승할 경우 손해를 본다. 두 상품 모두 성장 가치나 실적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닌 상승과 하락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단기 투기성 성격을 가진다.

김 부문장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내 ETF 시장에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차지하는 거래대금 비중은 약 59.6%에 불과했지만 지난 6월 말에는 약 78.6%로 증가했다"며 "미국과 달리 국내 ETF 시장은 레버리지·인버스 ETF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ETF 시장의 경우 레버리지·인버스 운용자산(AUM)은 전체의 약 1%, 거래대금은 10% 내외로 알려져있다. 미국의 5대 ETF 운용사(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코, 찰스슈왑)들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아예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일부 레버리지·인버스 전문 운용사들만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김 부문장은 "시장은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성장하는 산업에 장기투자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ETF 시장도 다른 국가들과 동일하게 ETF의 본질인 저비용,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점차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