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지역화폐 아닌 현금 지급에 경기도 '특조금' 제외가 발단
남양주시 "이 지사에 미운털 박혀"…경기도 "특조금 지급은 도지사 고유 권한"
헌재로 간 '이재명표 기본소득' 갈등…남양주시 쟁의심판 청구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남양주시에 대해 경기도가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 지급을 거부하자 남양주시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지 않은 남양주시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70억원 가량의 특조금 지급을 거부한 것이 사태의 발단이 됐다.

남양주시는 지난 28일 "헌법에서 보장한 자치재정권을 침해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경기도를 상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경기도는 1일 "남양주시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 이재명의 지역화폐 vs 조광한의 현금
경기도와 남양주시 간의 갈등은 이재명 지사가 역점 추진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조광한 시장의 반발에서 비롯됐다.

도는 지난 3월 24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다음 달 9일부터 지역화폐 형태로 전 도민에게 10만원씩을 지급했다.

지역화폐형 지급 방식은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때부터 고수해온 지역상권 활성화 정책의 핵심이다.

이 지사는 "현금을 지급하면 미래의 불안 때문에 대부분 소비되지 않고 예금 등으로 축장(蓄藏· 모아져서 감춰짐)된다"며 "재난기본소득은 꼭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나아가 이 지사는 시군 자체 예산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추가 지급할 경우 해당 시군에 인구 1인당 1만원꼴의 특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지사가 기본소득 정책을 확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전 시군이 보편적 지급을 결정했다.

애초 이 지사의 보편적 지급 대신 선별 지급을 추진하던 남양주시도 결국 '대세'에 눌려 보편 지급에 동참했지만, 이 지사가 요구한 지역화폐 대신 수원시와 함께 '현금' 지급을 선택했다.

남양주시는 "경기도가 지역화폐 형태로 주기로 했기 때문에 시민들이 필요한 곳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현금으로 지급했다"며 "당시 공과금, 통신비, 월세 등을 이유로 현금 지급 요구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는 "지난달 3월 31일 제정한 관련 조례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수원시와 남양주시를 특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어려움에 빠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중소 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제공한다'는 것이 조례 제정 취지라고 설명한다.

남양주시는 "현금으로 지급해도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이 지사에게) 미운털 박힌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시 자체 설문조사 결과 재난지원금의 92%가 시내에서 사용돼 타지 유출이 적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도는 "지역화폐로 지급했으면 100% 지역에서 사용됐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김홍국 도 대변인은 "이 지사가 4월 5일 시장·군수 단체채팅방을 비롯해 수차례 지역화폐 지급 원칙을 고지했다"며 "특조금을 받지 못한 책임은 남양주시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조금은 시군과 자치구의 재정 격차 해소와 균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도지사가 시군에 지원하는 재원"이라며 "도지사의 고유 권한을 놓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행위는 억지이고 생떼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5년 전 성남시장의 권한쟁의심판…남양주시의 학습효과?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사이에 권한을 두고 다툼이 생기면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해석해 권한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권력 간 견제와 균형으로 권력분립을 실현하는 한편, 지지체의 독립성을 보장해 지방자치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도 담겨 있다.

이 제도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 당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 지사는 청년배당 등 '성남시 3대 복지사업'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제동을 걸자 2015년 12월부터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3건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고 자체 복지사업의 자율성도 확대되면서 복지사업 추진이 가능해자 성남시는 2018년 5월 "핵심 갈등이 해소돼 더는 권한 침해를 다툴 실익이 없다"며 청구를 취하했다.

이 때문에 지역 일각에서는 남양주시의 대응을 학습 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첨예한 갈등 국면 때마다 소송전을 마다하지 않으며 법리를 다투는 이 지사의 방식을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그대로 답습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도내 지자체 한 관계자는 "경기도와 남양주시 간 갈등을 보면서 과거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때 중앙정부, 경기도와의 갈등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며 "도민을 위해 지자체 간 갈등이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원만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