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수용 여부 '촉각'…이스타 후폭풍도 여전
티웨이 유증 중단에 제주항공 유증 성공에 관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사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에 업황 개선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반면 악재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인수·합병(M&A) 무산에 따른 후폭풍을 겪고 있는 데다 업계의 '빅딜'로 기대를 모았던 아시아나항공은 여전히 '시계 제로'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도 현재진행형이다.

업황 개선은 언제쯤…여전히 '시계 제로'인 항공업계
◇ 아시아나항공 운명은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무산 이후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아시아나항공 매각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 채권단 간에 선행 조건 완료 등을 놓고 입장차가 커 인수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현산은 지난달 26일 "거래 종결의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12주간의 재실사를 제안한 데 이어 30일 재차 재실사를 촉구했다.

반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은 기업결합심사를 끝으로 이미 충족됐다는 입장이며,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현산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달 29일 현산 측에 '8월 12일 이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데 이어 30일에는 보도자료를 내고 현산이 사실을 왜곡하고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가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양측이 날 선 공방을 본격화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사실상 양측 모두 거래 무산에 대비해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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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아시아나IDT, 에어부산 등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출렁이기도 했다.

채권단이 이번 주 중 현산의 재실사 요구 등 아시아나항공 매각 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이번 주가 이번 M&A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호산업이 재실사 협의에 대해 여지를 남긴 것을 근거로 양측이 재실사 기간이나 점검 항목을 줄이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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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 후폭풍도 여전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일단 신규 투자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처럼 항공기 운항이 모두 중단되고 미지급금이 1천700억원 이상 쌓인 상황에서 과거의 법정관리에 해당하는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할 경우 법원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사측의 판단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투자 의사를 타진해 오고 있어 일일이 접촉하고 있다"며 "일단 기업회생을 신청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 회생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전 직원의 무급휴직을 추진하려다 만약 파산할 경우 직원들이 정부에서 체당금조차 받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해 무급휴직 추진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참석해 "이스타항공이 법정 관리를 신청하게 될 것 같은데, 고용노동부와 함께 후속 조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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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하루빨리 법정 관리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세포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2일 국회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 의원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계속 낸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논란을 빚었던 이상직 의원은 결국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 의원의 책임 회피와 도당위원장 출마 강행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주력 노선이었던 군산∼제주 노선에 취항하기 위해 지난 6월 미 공군에 활주로 허가 신청을 낸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도 제기됐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실사 과정에서 매출 자료 등을 파악하고 상대 회사의 기밀을 알아낸 뒤 자신의 사업에 영위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지역에서 (취항)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아직 해당 노선의 취항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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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성 위기 여전…유증 희비 엇갈려
항공사별로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선 가운데 항공사가 잇따라 추진한 유상증자에서 희비가 엇갈리며 향후 제주항공의 유상증자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14∼15일 진행한 일반 공모 대상 청약에만 3조7천억원의 자금이 몰리는 등 유상증자에 총 4조8천억원이 넘는 돈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티웨이항공은 일반공모 청약 공고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율이 저조했다"며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가 티웨이항공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지만, 티웨이항공 측은 "최대주주가 자금 확보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항공 관련 업종 취급 제한 등으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티웨이항공과 티웨이홀딩스는 이 같은 입장을 국토교통부 등에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의 경우 현재 국내선에서 매출이 일부 발생하는 만큼 일단 하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은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하반기에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황 개선은 언제쯤…여전히 '시계 제로'인 항공업계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1천585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제주항공의 유상증자 성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미 유상증자 일정을 두차례 연기한 상태다.

다만 이는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에 따른 것인 만큼 현재까지는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의 일반 공모 청약은 이달 18∼19일이다.

제주항공은 "최대주주인 AK홀딩스가 제주항공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 724억원을 이미 확보했다"며 "2대 주주인 제주도 역시 40억원 규모로 참여하기로 확정했다"고 전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하고 현재 검토 중인 항공기 엔진 매각 등이 이뤄지면 연말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서는 지난달 28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체결한 노사정 협약에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 60일 연장과 고용유지지원금 90% 상향 지원 기간의 3개월 연장 내용이 포함됨에 따라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업황 개선은 언제쯤…여전히 '시계 제로'인 항공업계
업계 관계자는 "당초 항공업계에서 건의한 기간보다 줄어든 60일 연장으로 정해지기는 했지만 일단 이대로라면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며 "하루빨리 관련 내용이 확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