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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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최종라운드가 열린 제주 세인트포GC(파72·6395야드) 14번홀(파4). 유해란(19)의 100m 세컨 샷이 핀 1m 옆에 붙자, '핫식스' 이정은(24)의 표정은 굳어졌다. 부지런히 버디를 낚으며 두 타까지 줄여놨던 유해란과의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상황.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신인왕에 빛나는 이정은도 긴장감 있는 승부에 3.2m 버디 퍼트를 놓치며 흔들렸다. 14번홀과 15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한 유해란은 사실상 우승을 확정하며 '16년만에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KLPGA 최저타수 타이기록 세워

유해란이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하며 우승상금 1억6000만원을 가져갔다. 23 언더파는 김하늘(33)이 2013년 MBN·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기록한 KLPGA 최소 스트로크 타이기록. 유해란은 나흘간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도 완성했다. 생애 처음이다.

유해란은 대회 내내 선보인 물오른 아이언샷을 이날도 이어가며 코스를 유린했다. 8번홀(파4)에서 아이언샷을 홀 4m에 붙이며 버디를 낚았고, 12번홀(파3)에선 80㎝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타수를 줄였다. 17번홀(파4)에선 10.5m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기며 승부의 쇄기를 박았다. 유해란은 "작년에는 비가 와 대회 최종라운드가 취소되면서 얼떨결에 우승을 했는데 올해에는 실력을 증명한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며 "대회 직전 아이언을 바꿨는데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해란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초청선수로 나와 우승을 거뒀다. 우승으로 획득한 자격으로 작년시즌에도 남은 대회에 출전했지만, 정규투어 대회의 절반을 소화해야 신인 자격을 주는 KLPGA 규정상 올해 루키가 됐다. KLPGA투어에서 신인이 챔피언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은 김미현(1995·1996년 한국여자오픈), 박세리(1995·1996년 서울여자오픈), 송보배(2003·2004년 한국여자오픈)에 이은 네 번째다. 유해란의 이번 방어는 코로나 19 여파로 세계 최강급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는 남다르다.

하지만, 화려한 경력의 한·미·일 강자들도 거침 없는 신들린 듯한 유해란의 샷을 막지는 못했다. 이정은이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고, 3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치며 코스레코드를 세운 임희정(20)이 18언더파 270타를 치며 3위에 올랐다. 김효주(25)와 장하나(28)가 17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인왕 독주체제 구축 성공

유해란은 일찌감치 특급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골프채를 잡은 유해란은 중학생이던 2014년 아마추어 메이저급 대회인 KLPGA 협회장기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