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는 그간 스타트업 투자에 인색했다. CJ제일제당 등 종합식품회사는 물론 제과, 라면 전문기업도 각자의 제조 노하우와 인기 장수 상품이 분명해 굳이 외부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인기 상품의 수명이 짧아지고, 경쟁 신제품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미래 먹거리를 함께 개발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식품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이들을 발굴하는 전담팀을 꾸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 벗어나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등과 손잡는 기업도 나왔다.
맞춤형 간식 배송부터 대체 생선 개발까지…'푸디콘' 투자 나선 식품업계

스타트업 발굴·육성팀 꾸려

농심은 식품업계 최초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2018년 말 출범한 ‘농심 테크업플러스’는 지난해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낵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상권을 분석하는 오픈업, 3차원(3D) 푸드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는 요리로 등이다.

스낵포는 300여 개 기업과 개인에게 간식 정기배송, 맞춤형 간식 제공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오픈업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과 상권을 분석해주는 기업이다. 전국 상권과 연관된 각종 정보를 수집해 최적의 상권을 찾아준다. 요리로는 국내 첫 3D 푸드 프린터 ‘요리’를 개발했다. 식품 원료를 분자 단위까지 분석해 언제 어디서나 맛과 질감, 형태가 같은 음식을 만드는 핵심 기술을 갖췄다. 농심 관계자는 “전통 식품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푸드테크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고 말했다.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는 지난 5월 전국 맛집 대표 메뉴를 반조리 형태로 판매하는 아빠컴퍼니에 투자했다. 아빠컴퍼니가 운영하는 요리버리는 200여 개 제품을 판매한다. 하이트진로는 코르크 스피커 등 새로운 리빙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이디연에도 투자했다.

6월엔 스포츠 퀴즈 게임 회사 데브헤드에 투자했다. 야구 열성팬 셋이 창업한 이 회사는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동시에 퀴즈 게임을 즐기는 ‘피키’란 앱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허재균 하이트진로 신사업개발팀 상무는 “국내외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의 성장 모델을 구축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실리콘밸리 기업과도 손잡아

국내에서 벗어나 미국 실리콘밸리 푸드테크 업체와 손잡은 기업도 있다. 풀무원은 미국 세포배양 해산물 제조 스타트업 블루날루와 지난달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초 블루날루의 시리즈A 투자에 참여하면서 미래 먹거리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세포배양 해산물은 어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3D 프린팅 과정을 거쳐 만든 식재료다.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SPC삼립은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체 단백질 개발업체 저스트와 독점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녹두 추출 단백질로 만든 마요네즈, 계란 등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SPC삼립은 원료를 공급받아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충북 청주의 SPC프레시푸드팩토리에서 국내용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