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빗 시장은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산이나 중국산이 장악한 지 오래다. 빗 시장의 99% 이상을 수입품이 점유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문봉동에 공장을 둔 두루디앤디는 국내 빗 제조의 명맥을 잇고 있는 기업이다. 수공예품을 만드는 일부 장인(匠人) 외에 한국에서 빗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는 두루디앤디가 유일하다.

‘명인의 얼’이라는 빗 브랜드를 사용하는 두루디앤디는 플라스틱 빗은 만들지 않는다. 저가 외국산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천연소재만을 사용한다. 재질이 단단한 박달나무, 대추나무를 비롯해 흑단, 유창목 등을 써서 한국 전통의 얼레빗을 제작한다. 은(銀) 빗도 생산한다.

김두천 두루디앤디 사장(사진)은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빗을 들여다 파는 유통업을 하던 선배를 돕다가 2013년 두루디앤디를 창업했다. 김 사장은 “빗 유통업을 하면서 국내에서는 빗을 만드는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품질도 좋지 않은 외국산 빗이 판치는 시장에 좋은 빗을 직접 생산해 팔자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초기 삼천포, 통영, 공주 등을 돌아다니며 빗을 만드는 장인들을 만나 노하우를 익혔다.

품질 좋은 고급 재료를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뒤틀리지 않는 얼레빗 소재를 확보하느라 고심하던 김 사장은 한때 다듬이를 사용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자연 건조된 상태여서 빗을 만들기엔 최적의 소재였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박달나무는 과거 포졸들의 방망이나 다듬이로 주로 쓰였는데 재질이 단단하고 잘 휘어지지 않아 최적의 빗 소재”라며 “빗의 재료로 쓰려고 다듬이를 사모으자 답십리 일대 고미술상의 다듬이 가격이 4~5배 치솟기도 했다”고 했다.

김 사장은 지금도 2년에서 길게는 8년간 건조한 나무를 쓴다. 얼레빗 표면에 다른 색의 나무를 새겨 넣어 사군자와 나비 등의 문양을 내는 ‘상감기법’도 활용하고 있다.

두루디앤디의 주력 제품은 은 빗이다. 주로 플라스틱이나 나무 소재 일색의 빗 시장에 은 소재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건 이 회사가 처음이다.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이 넘는 고가품을 생산한다. 김 사장은 “은 소재는 열 전도성이 가장 뛰어난 금속”이라고 말했다. “빗질할 때 두피열 배출에 도움을 주고, 항균 효과도 뛰어나 두피의 염증과 간지러움, 각질 생성 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두루디앤디 제품은 빗살의 끝이 뾰족한 중국산 저가품과 달리 둥글게 처리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두피에 긁혀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빗살의 방향도 다르다.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저가 수입품은 빗살의 넓은 면이 바깥으로 향해 있지만, 두루디앤디 제품은 머릿결을 고려해 90도 방향으로 안쪽으로 돌려져 있어 젖은 머리에도 빗질이 수월하다. 김 사장은 “빗살 표면이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고 날카롭게 서 있으면 빗질할 때 머리카락이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두루디앤디는 최근 탈모를 완화할 수 있는 ‘은 전동 빗’도 개발했다. 빗에 마사지 기능을 결합해 모낭을 자극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두피열 등을 예방하는 제품이다. 이를 통해 수억원대에 머물고 있는 매출의 급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은의 항균해독, 쿨링 효과가 두피에 쌓인 열과 노폐물을 분해시켜 머리를 맑게 하고 탈모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