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의 ‘12주 재실사’ 요구에 대해 기간을 크게 단축하자는 역제안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 HDC현산이 재실사 거부를 계약 파기의 책임 전가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HDC현산의 재실사를 수용하되 기간을 단축하는 역제안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달 26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12주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재실사 요구 사흘 전인 지난달 23일에는 채권단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돼서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실적이 정상화되는 것을 전제로 기업 가치와 인수 조건 협의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실사 요구는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난 뒤에야 나왔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HDC현산의 인수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재실사 결과를 인수 발 빼기용으로 쓸 수 있어서다. 하지만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되면 다른 인수자가 없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차례 요구한 대면 협상을 HDC현산이 받아들이지 않고 금호 측과 자료 공방만 벌이는 점도 채권단이 인수 진정성을 의심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부채와 차입금 급증, 당기순손실 증가 등 HDC현산이 지적하는 항목 가운데 꼭 필요한 것만 압축적으로 재실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채권단은 또 지난달 러시아를 마지막으로 해외 기업결합신고가 끝나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된 만큼 이달 12일부터는 금호산업이 계약 해제권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산은은 이번주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와 관련한 방침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