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머스크, 민간 우주경쟁 또 한발 앞서가 상공에서 속도를 줄이며 하강하던 캡슐이 보조 낙하산 2개를 펼쳤다.
곧이어 4개의 메인 낙하산을 펼쳐 시속 25㎞ 미만까지 속도를 더 낮춘 캡슐은 1분여를 더 내려와 미국 플로리다주 멕시코만 바다 위에 안착했다.
캡슐이 바다에 '첨벙'하며 내려앉아 흰 물살이 튀어 오르자 모니터로 이를 지켜보던 미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 상황실에서도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45년 만에 미국 우주인이 육지가 아닌 바다를 통해 귀환하는 '스플래시다운'이자 미국 첫 민간 유인우주선이 왕복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2일(현지시간) 오후 2시 48분(미 동부시간·한국시간 3일 오전 3시48분) 착수(着水)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캡슐엔 미국 우주비행사 더그 헐리(53)와 로버트 벤켄(49)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5월 30일 미국의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타고 우주로 날아간 후 62일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머물고 여러 연구 임무를 수행한 후 두 달여 만에 귀환했다.
귀환길엔 19시간이 소요됐다.
전날 오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 430㎞ 지점에서 ISS를 출발했다.
시속 2만8천㎞로 대기권에 진입한 후 착수 시점엔 24㎞로 속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마찰열로 인해 캡슐 외부 온도는 최고 1천900도까지 올라갔다
내부의 우주인들은 지구 중력의 최고 4∼5배에 달하는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귀환한 헐리와 벤켄은 곧바로 배 위로 옮겨진 캡슐 안에서 1시간여를 더 기다리다 기술자들이 캡슐의 해치를 열자 마침내 밖으로 나왔다.
두 달여 만에 지구 공기를 맛본 이들은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세웠다. 미국 우주비행사들의 바다 귀환은 1975년 7월 이후 45년 만에 연출되는 모습이었다.
과거 머큐리, 제미니, 아폴로 등의 우주선이 바다를 통해 돌아온 바 있다.
한창 우주경쟁이 치열하던 시기 이후로 볼 수 없던 착수 장면인 만큼 AP통신은 '복고풍의 스플래시다운'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우주 비행사들이 바다 위에서 멀미에 시달렸다는 기록을 본 헐리는 귀환을 앞두고 멀미 봉투를 준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크루 드래건 캡슐의 무사 귀환으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민간 유인 우주여행의 새 장을 열며 민간 우주탐사 경쟁에서도 또 한발 앞서가게 됐다.
우주인들의 귀환 직후 스페이스X 상황실은 "지구로 돌아온 것을 환영하며 스페이스X에 탑승해준 것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헐리는 "영광이고 특전이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호손의 스페이스X 상황실에서 귀환 과정을 모니터하며 트위터로 실시간 중계하던 머스크도 착수 이후 "드래건은 물 위에서 안정적인 상태"라고 전했다.
스페이스X는 6주간 크루 드래건을 보수해 내달 말 곧바로 4명의 우주비행사를 ISS로 보낼 예정이다.
미국 땅에서 유인 우주선이 발사되고 귀환한 것도 9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지난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종료한 후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이용해왔다.
지난 5월 크루 드래건의 발사 장면을 플로리다에서 직접 지켜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곧바로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NASA 우주비행사들이 성공적인 두 달 임무 끝에 지구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모두 감사한다"며 "45년 만에 첫 스플래시다운을 완료했다.
매우 흥미진진하다"라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