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준수가 뮤지컬 데뷔작으로 ‘모차르트!’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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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김준수가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2004년 동방신기로 데뷔한 JYJ 김준수는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8개 작품, 400회가 넘는 공연을 하며 뮤지컬계에서 손꼽히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올해가 뮤지컬 배우로서 10주년이고 ‘모차르트!’도 10주년이에요. 제가 이 작품으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거든요. 생일 아닌 생일 같이 10년이 지나고 다시 같은 작품을 같은 장소인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영광인 것 같아요. 되돌아보니 10년 동안 대극장에서 다양한 작품을 해왔구나 하는 감회가 들었고 새로운 느낌도 들었어요. 당시 세종문화회관에서 같이 한 배우들도 계시거든요. 연습할 때도 그랬지만 공연장에서 호흡할 때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흥행과 실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준수는 특유의 허스키하고 호소력 짙은 보이스에 파워풀한 가창력, 디테일한 감정 연기로 김준수 표 뮤지컬을 완성했다. 성악이나 뮤지컬 발성을 따라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대체 불가하다.
“뮤지컬은 너무나 소중한 시작이었어요. 이렇게 소중하게 될 줄 몰랐죠. 돌아보고 나니깐 ‘나라는 사람에게 뮤지컬이 없었다면 생명력이 끝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소중한 시작이었어요.”
김준수는 생애 첫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전 회차 전석을 매진시키는 국내 뮤지컬 역사상 유례없는 흥행 대기록을 이끌어내는 한 편 국내 양대 뮤지컬 시상식인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와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신인상을 휩쓸며 신예 뮤지컬 스타 탄생을 알렸다.
“뮤지컬 데뷔 후 가장 감동적이고 짜릿한 순간이 처음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았을 때였어요. 예전엔 ‘내가 평생 무대에 오르지 못 하겠지’ ‘시상식에 갈 수나 있으려나’라고 생각했는데 뮤지컬을 만나 노래를 할 수 있게 됐고, 무대에 설 수 있게 됐고, 또 노래를 하면서 관객과 조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위안이 됐죠. 그런데 상까지 받으면서 수상 소감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았어요.”
김준수는 뮤지컬돌의 개척자다. ‘모차르트!’로 뮤지컬에 데뷔할 당시만 해도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준비도 되지 않았으면서도 이름값과 인기만 믿고 뛰어든다는 비판이었다.
“감사하죠. 예전에 제가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아니꼽게 보는 시기였어요. 그런 시선을 충분히 이해했고 계속하다 보면 바뀌겠지 했어요. 그분들에게 인정받을 때까지 진심이라는 걸 보여드려야겠다 싶었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뮤지컬에 놀러 온 게 아닌 뮤지컬을 좋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걸 보여주려고 다짐했어요. 이제는 아이돌이 뮤지컬을 한다고 하면 바로 욕먹는 분위기가 아니잖아요. 환영받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해요.”
하지만 김준수는 달랐다. 실력은 물론 타고난 성실성, 그리고 앙상블까지 챙기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우려와 부정적인 시선을 바꿔 놓았다. 또 출연회차를 매회 매진시키는 동시에 작품 자체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 정체됐던 업계의 판을 키웠다는 평도 받는다. 이러한 김준수의 성공적인 뮤지컬 데뷔는 이후 수많은 아이돌스타들의 뮤지컬 진출을 유도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적어도 내 회차 공연에 오는 관객에겐 ‘3시간 동안 모든 걸 아낌없이 쏟아내는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한 회 한 회 10년을 그렇게 해왔지만, 앞으로도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그렇게 임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단 하나의 실수 없이 하려고 했고, 그렇게 해왔어요. 대사의 토시 하나, 걸음걸이부터 제스처, 표정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공연이 끝난 후 `모든 걸 쏟아냈다`라고 생각해요. 단 하나의 작품도 편하게 한 적 없고, 단 한 번도 대충 하지 않았어요. 뮤지컬을 보기 위해 찾아와 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나 요즘 같은 시기에 공연장을 찾는다는 건 진짜 응원하는 마음이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무대로 돈이 아깝지 않은 공연으로 보답하는 거죠. 숙명이라고 할까요. 적어도 내가 배우로서 해야 할 건 아낌없이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마음이죠.”
김주수는 ‘모차르트!’ 이후 꾸준히 뮤지컬에 출연해왔다.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 ‘디셈버’, ‘드라큘라’, ‘데스노트’, ‘도리안그레이’, ‘엑스칼리버’까지 8명의 캐릭터로 13개의 공연을 통해 400회 이상의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을 만나왔다.
“감사하게도 제안해주시는 작품들이 다 좋은 작품이었어요. 거의 초연이나 창작 공연밖에 안했거든요. 한국에서 이미 올라가고 성공한 작품이 아니라 한국에서 초연이거나, 한국에서 또 올리지만 많이 바뀐 작품에 출연했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음악을 중요하게 여겨요. 이 작품이 잘될지 아닐지는 음악 말고는 모르겠더라고요. 주제가 너무 좋아도 잘 푸는 건 별개잖아요. 대본은 별로인 것 같아도 다른 부분이 어우러지면 새로울 수 있고요. 뮤지컬은 대본만으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음악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해왔던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 감사해요.”
지금은 ‘모차르트’의 2010년 열린 초연, 2011년 재연에 이어 올해 10주년 공연에서 다시 한 번 열연하고 있다. 모차르트라는 한 사람의 생애를 광범위하게 다룬 만큼 연기하기 쉽지 않다.
“사실 힘들죠. ‘모차르트!’를 한 번이라도 겪은 배우들은 다 똑같이 얘기해요. 대한민국에 올라온 모든 작품 중에서 남자 타이틀롤로는 모차르트가 제일 힘들다고요. 체력적으로 느끼는 게 그렇거든요. ‘모차르트!’보다 더 힘든 작품도 있겠죠. 그런데 한번이라도 이 작품을 해보면 모든 배우들이 아직은 다 ‘모차르트!’가 제일 힘들다고 해요. 10년 전에는 초연이고 신인이니 스킬이나 능력으로 다듬어지지 않아서인가 했어요. 이번에 느낀 건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일 힘든 건 확실해요. 당연히 10년이나 지났으니까 테크닉이나 기술적인 건 좋아졌을 거예요. 반대로 10년 전에는 노래와 연기를 할 때 감정이 맞물려 있었어요. 그때는 테크닉 적으로 전혀 다듬어지지 않았고 연기라는 걸 해본 적도 없었어요.”
천재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다룬 ‘모차르트!’의 모차르트에는 김준수의 모습이 상당히 투영됐었다. 대표 넘버 ‘나는 나는 음악’의 ‘난 음악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 ··· 있는 그대로의 내모습 날 사랑해줘’라는 노랫말에는 당시 소속사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그의 심경이 녹아 있었다.
“출연 제의를 받고 감사한 제안이지만 자신 없어서 거절했는데 그래도 CD와 대본을 주시더라고요. 솔직히 안 할 마음으로 돌아섰는데 1, 2주 지나고 갑자기 덩그러니 놓인 대본이 보여 읽기 시작했어요. 음악을 듣고 대본도 보면서 이상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모차르트처럼 천재는 아니지만 응어리진 제 상황이 비슷한 거예요. 잘츠부르크를 벗어나 더 큰 꿈을 꾸고 싶은데 아빠는 ‘넌 여기에 있어야 하고 콜로라도 영주를 위해 노래를 써라’고 억압하잖아요. 저 역시 ‘나도 사람인데 왜 날 연예인으로만 보고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가십거리로만 얘기할까’ 했거든요. 왜 천재성만 사랑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냐고 울부짖는 모습에 감동 받다가 ‘황금별’을 듣고 눈물이 쏟아졌어요. ‘사랑은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이란 가사가 있어요. 내가 잘 해내지 못하고 욕을 먹고 실패라는 오명을 받더라도 ‘모차르트’를 통해 내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모차르트를 빌려 내 얘기를 한다고 생각해 하지 않았나 싶어요. 팬들이 그때의 날것의 연기가 좋았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때 그 감정이 어떤지 알고 있어요. 그 감정을 최대한 되살리면서 10년간 해온 노하우를 잘 버무려 더 낫고 좋아진 무대를 보여주려고 해요.”
지난 10년간 화제성과 흥행을 모두 성공시키며 김준수의 가치를 입증해낸 바, 김준수는 해외 팬들에게 한국 뮤지컬과 배우들을 알리는 동시에 우리 작품이 일본, 중국 등 외국에 진출하는 신호탄도 마련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
“영어를 잘했다면 브로드웨이도 가고 싶은데,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님과 형 동생처럼 지내거든요. 매일 저만 보면 ‘준수야, 영어만 해라, 무조건 가자’고 해요. ‘죄송합니다. 영어를 할 자신 없습니다’라고 해요. 일본어는 좀 할 줄 알아요. 일본은 뮤지컬 시장이 더 크거든요. 말해놓고 못 지킬까 봐 걱정되는데 언젠가 일본 배우들과 섞여 일본에서 공연해보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 일본 시상식에서 상도 받고 싶어요.”
2010년 첫 뮤지컬 무대를 시작으로 2020년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모든 무대에서 진심을 다해 노래하는 김준수는 지난 10년간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며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믿고 보는 배우’, ‘보고 싶은 배우’로 손꼽혀왔다.
“모든 배우들은 팬과 관객을 위해 당연히 최선을 다할 거예요. 저라고 다를 건 없는데 개인적인 마음은 감사함이에요.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10년 전보다 책임감이 커진 것 같아요. 저라는 배우를 믿고 너무 좋은 작품에 제안해줘 감사하고 보답하고 싶어요. 저를 믿고 섭외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감사한 고민이죠. 되돌아보니 좋은 작품을 했고 좋은 필모그래피를 쌓았다는 뿌듯함에서 오는 것도 있는데 피부로 와 닿는 건 후배가 많아졌다는 거죠. 예전에는 제가 형, 누나를 불렀는데 이젠 제가 오빠와 형이 되어 있더라고요. 하하. 중간에서 조금 위나 중간 연차가 됐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끊임없이 관객들과 소통하며 최고의 무대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준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영숙 누나가 ‘너는 내일이 없이 한다. 발화될 것처럼 한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처음엔 신인 배우가 열심히 하니까 기분 좋으라고 해주는 말인 줄 알았는데, 영숙 누나 외에도 다른 배우들도 비슷한 말들을 하더라고요. 어떤 배우는 저한테 다른 배우들에게 느끼지 못했던 걸 느꼈대요. 모든 배우들이 자신을 쏟아내서 한다는 데 저한테는 ‘김준수 만의 것’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매번 그런 소리를 듣다 보니까 저만의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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