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국 통화와 비교한 미국 달러 가치(달러인덱스)가 올해 고점 대비 10%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최근 두달새 1190~1210원대 박스권을 맴돌고 있다. 원화가 기지개를 못펴는 배경으로 수출 감소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등이 꼽힌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2원90전 오른 1194원20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은 올 6~7월에 환율이 1190~1210원을 오가고 있다. 반면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1일 93.35로 올해 고점인 3월19일(103.60)에 비해 9.9% 하락했다. 다른 통화 대비 달러화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것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유로당 1.178달러로 마감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가치는 올해 고점 대비 10.1% 상승했다.

원화가치 상승폭이 크지 않은 것은 우선 한국의 수출액이 감소한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은 통상 제품 수출로 받은 달러를 팔아 원화를 바꾸고 그 과정에서 원화가치가 뛴다. 하지만 수출액은 올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7월 누적 수출액은 2834억7300만달러로 작년에 비해 10.6% 줄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등진 것도 원화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 시장에서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올 2~6월 누적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25조708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내 주식 매각자금을 곧바로 달러로 환전하려는 외국인 수요가 늘면서 원화가치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세가 늘어난 것도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대금(매수·매도)은 709억1055만달러로 작년 상반기(180억7406만달러)에 비해 3배를 웃돌았다.

달러화 약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원·달러 환율의 낙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 많다. 달러를 축적하려는 기업·가계의 수요가 높고 수출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수출의 회복속도가 더디고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로 복귀하려는 움직임도 둔화됐다"며 "이달 환율은 1170원~1210원에서 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