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시민들이 다른 지역민들보다 더 돈을 잘 벌기는 하지만, 그만큼 비싼 월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실제 소득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경제연구소 IFS(Institute for Fiscal Studies)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년 평균 런던 가구의 중위소득은 다른 지역보다 14% 높았다. 일반적으로 런던 거주자들이 다른 지역보다 더 고소득을 올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월세 등 임차료 부담을 반영한 런던의 중위소득은 타 지역에 비해 1% 가량 높은데 그쳤다. 오히려 소득에서 임차료를 제외하고 나니, 런던 시민들 사이 소득 격차는 다른 지역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IFS는 런던 시민 대부분이 주택 소유자가 아닌 임차인이고, 런던 및 근교의 부동산 가격와 임차료가 최근 급등한 데에서 원인을 찾았다. IFS는 보고서를 통해 “런던에서 임차 비중이 높다는 점은 런던 시민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을 통한 이득을 누리지 못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IFS는 또 “런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결과,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시민들은 타 지역보다 더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IFS는 또 영국에서 런던 등 일부 지역에서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결과 전국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런던의 중위 자산가치는 2016~2018년에 180%, 남동부 지역에서는 50% 급증했다. 반면 영국 중부와 북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감소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데이비드 필립스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런던이나 남동부 지역에 부동산을 갖고 있을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자산 증식 효과를 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