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문구 적은 메모지 절반 이상 떨어져…이틀새 두 차례 훼손
오후부터 광고 재게시…성소수자 단체 "시민감시단 모집하겠다"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지하철 광고판을 훼손한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3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20대 남성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임의동행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한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대형 광고판을 지난 2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광고판에는 캠페인 참가자들의 얼굴 사진을 이어붙여 만든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훼손은 2일 오전 벌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성소수자들이 싫어서 광고판을 찢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가 훼손되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과 일부 시민들은 2일 오후 빈 광고판에 응원 문구가 담긴 메모지를 부착해 '성소수자'라는 문구를 만들었다.

공동행동 명의의 항의 성명서도 붙었다.

그러나 이같은 문구와 성명서 역시 3일 오전 절반 이상이 떨어진 채로 발견됐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오늘 오전 6시쯤에 와서 봤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오전 9시께 2차 훼손을 당했다는 내용을 SNS에서 접하고 현장 확인 후 경찰에 신고했다"며 "조만간 논의를 거쳐 광고를 복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2차 훼손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단체 협력 사업 중 하나인 해당 광고판은 지난달 31일 공개돼 8월 한달에 걸쳐 게시될 예정이었다.

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지난 5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5월 17일)을 맞아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이 광고판을 게시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에서 '의견광고'에 해당한다며 승인을 늦췄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에 진정을 내는 등 우여곡절 끝에 8월 한달 동안 신촌역 광고 게시가 성사됐으나 이틀 만에 훼손됐고, 재차 붙은 응원 문구도 다음날 연이어 훼손되는 상황을 맞았다.

해당 광고판은 이날 오후 다시 복구됐으며 오는 31일까지 게시될 예정이다.

무지개행동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재개시된 광고가 8월 31일까지 온전히 게시될 수 있도록 점검하는 시민감시단이 되어달라"며 지하철광고 시민감시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