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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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 거래 관련 무역금융 사모펀드에서 환매 연기가 발생했다. 해외 현지 투자자문사와 자산운용사간 갈등까지 빚어지면서 기한 내 자금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유니버설 인컴 빌더 시리즈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만기가 내년 5월14일로 늦춰진다고 지난달 30일 판매사들에 통보했다. NH증권은 DLS 발행사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1857억원 가량 팔렸다. 현재 남은 판매액은 614억원 정도로 원래 만기는 지난달 16일이었다. 삼성생명이 534억원, NH증권이 30억원어치를 각각 사모 신탁 형태로 팔았다. 기타 증권사 판매분은 50억원이다.

DLS는 홍콩 소재 ‘유니버스 아시아 매니지먼트(UAM)’사가 투자자문을 수행하는 ‘유니버설 인컴 빌더(UIB) 펀드’ 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홍콩에서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 세공업자를 대상으로 금을 판매하는 무역업체에 은행 신용장 개설을 위한 단기자금(보증금)을 대출해주는 펀드다. 홍콩 자산운용사인 ‘웰스 매니지먼트 그룹(WMG)’이 운용하는 UIB 펀드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군도에 설정됐다. WMG와 자문계약을 맺은 UAM이 펀드운용을 사실상 주도하는 구조다.

발행사인 NH증권이 펀드운용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처음 인지한 시점은 지난 6월 초다. 당시 UAM은 NH증권에 인도네시아 현지 거래처인 ‘마그나 캐피탈 리소시스(MCR)’에 문제가 생겼다며 자금 상환계획에 변경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이후 UAM은 수차례에 걸쳐 만기 재연장을 통보해왔다.

UAM이 제시한 환매 연기 사유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한 NH증권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해서 실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6일엔 NH증권 직원이 MCR을 찾아가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펀드 운용사인 WMG가 “투자자문사인 UAM이 최초 계약내용과 다르게 펀드를 운용했고, 일부 비용을 지급받지 못했다”면서 UAM에 사임의사를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NH증권은 DLS 만기를 지난달 16일에서 31일로 한 차례 늦춘데 이어 다시 내년 5월까지 재연장하기로 결정했다.

NH증권은 내년 5월까지 DLS 원금과 이자 등을 다섯 차례에 걸쳐 분할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펀드 수익자인 NH증권과 문제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현지 거래처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자금회수가 계획대로 이뤄질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환매 연기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상품은 만기가 7개월로 비교적 짧고, 만기 시 4% 가량 절대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해 자산가들로부터 인기를 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의 경우는 WM(자산관리)사업부가 신탁 형태로 VIP 고객에 주로 팔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DLS 발행사인 NH증권과 펀드 자금회수를 위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고객자산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