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에서 나온 물질로 정수기 필터 청소, 의료기기 살균 등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은 고려대 약학과 변영주 교수, 건축사회환경공학부 박희등 교수가 생강의 유효 성분인 '6-진저롤'로 녹농균으로 인한 오염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발표했다. 6-진저롤은 생강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성분이다. 녹농균은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등과 함께 사람 손이 닿는 기기 등에서 흔히 검출되는 균이다.

연구팀은 6-진저롤을 활용해 녹농균이 유발하는 '생물막' 저해제를 만들었다. 생물막은 미생물이 각종 표면에 달라붙어 끈적끈적하게 된 군집을 말한다. 의료기기, 수도관, 정수기 필터 등에 붙어 감염이나 오염, 부식 등을 일으킨다. 생물막을 없애기 위해 보통 항미생물제를 사용하지만, 미생물 내성이나 인체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6-진저롤로 55개 화합물을 제작해 생물막 저해 성능을 검증했다. 55개 화합물 중 한 개(일명 6-진저롤 화합물 30)가 녹농균의 생물막 형성에 관여하는 대표 유전자 'rhlA'의 발현을 79% 가량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화합물은 대량 합성이 가능하고, 항미생물제의 근본적 문제인 저항성 세균의 번식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처리 분리막 등에 응용할 경우 기존 살균제와 달리 분리막에 손상을 주지 않아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서널 케미스트리'에 실렸다. 고려대 약학과 남상진, 건축사회환경공학부 함소영 연구원이 공동 1저자로 참여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