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불이행(디폴트)에 직면했던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등 남미 국가들이 일단 한숨 돌렸다. 이들 국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급증과 주력 수출품인 원유 가격 하락으로 국채 이자를 갚기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권단은 650억달러(약 77조7000억원) 규모의 채무 조정안에 3일(현지시간) 합의했다. 부채 일부 탕감 등이 포함됐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5월 국채 이자 5억달러를 지급하지 못해 아홉 번째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아르헨티나와 채권단은 올해 초부터 채무 조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아르헨티나는 초기에 채무 일부 탕감과 만기 연장을 제시했는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포함된 채권단이 이를 거부했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절충안을 수차례 제시했으나 장기간 교착 상태였다.

아르헨티나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약 4개월 동안 경제봉쇄를 하면서 경제난이 가중됐고 최근에는 확진자마저 급증하고 있다.

이날 에콰도르 정부와 채권단은 174억달러(약 20조8000억원) 규모의 채무 조정안에 합의했다. 만기를 연장하고 채무 일부는 탕감됐다. 이에 따라 에콰도르 국채의 만기는 현재 2022~2030년에서 2030~2040년으로 미뤄진다. 에콰도르 정부는 이자를 내년부터, 원금을 2026년부터 갚으면 된다. 이번에 조정된 채무는 에콰도르 전체 외채 중 3분의 1가량이다.

중남미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에콰도르는 주력 수출품인 원유 가격이 하락하며 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 에콰도르는 중국 및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