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에 투자하는 전세계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한 금은 지난 3일 기준 3365.6톤으로 세계 2위입니다. 금 8100톤을 보유해 1위를 차지한 미국 정부 바로 다음입니다. 전세계 금 ETF가 보유한 금은 독일 정부의 보유량를 약간 웃돌고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정부와는 제법 차이도 납니다. 금값이 연일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개인들도 금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금 ETF에는 474억달러(약 56조6000억원)가 유입됐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개인들의 금 투자 열기가 제대로 보상을 받고 있습니다. 금값이 트라이온스당 1800달러를 넘기면서 2011년 이후 9년 만의 최고가라는 말이 나온 것이 바로 지난달 일입니다.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금값은 트라이온스당 2000달러를 찍었습니다. 올 들어 금값 상승률은 30% 이상입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향후 1년 반 안에 금값이 트라이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전세계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면서 높아진 인플레이션 우려를 헤지하는 데 유용한 수단인 데다가, 화웨이에 이어 틱톡을 두고 으르렁대고 있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미 아르젠트 에셋그룹의 로버트 히긴스 최고경영자(CEO)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듯하고 모든 (자산의) 가치가 보장될지 의문스러울 때 최고의 피난처는 금과 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금값이 당분간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주장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 국채수익률이 예상 인플레이션율에 미치지 못하자, 사람들이 더욱 금에 열광하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이중 금값 상승의 속도가 빠르고 상승폭이 가팔라진 배후에는 전세계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으고 ‘금 사자’에 나선 금 ETF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값은 과연 언제까지 상승할까요. 에드먼드 모이 전 미 조폐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확실히 회복세를 보이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분명히 가라앉을 때까지 금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 금융위기 때 금값이 최고점을 찍기까지 3년이 걸렸다고도 언급했습니다. .
다만 이 우려는 한번 생각해볼 만합니다. 아일랜드 코크 경영대학원의 페르겔 오코너 교수는 자본시장의 역사를 볼 때 금값이 과도하게 상승(overshooting)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